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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한 영화 관계자의 말이다. 두 작품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신세계’(2월21일)와 ‘전설의 주먹’(4월11일) 사이 ‘끝과 시작’(4월4일)이 끼어들며 일이 이상하게 꼬였다. 세 작품 모두 황정민이 주연이다. 결국, 황정민은 ‘끝과 시작’의 홍보를 포기했다.
이는 비단 황정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석규(‘베를린’·‘파파로티’), 이제훈(‘분노의 윤리학’·‘파파로티’), 오달수(‘7번방의 선물’·‘파파로티’), 김성균(‘박수건달’·‘남쪽으로 튀어’), 박성웅(‘신세계’·‘사이코메트리’), 이경영(‘베를린’·‘신세계’) 등 최근 석 달간 두 편 이상의 작품에 얼굴을 비춘 배우는 줄잡아 10여 명에 이른다.
그중 최고는 김정태와 조진웅이다. 김정태는 올해 ‘박수건달’을 시작으로 ‘7번방의 선물’, ‘남자사용설명서’를 잇달아 선보여 1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조진웅 역시 ‘박수건달’, ‘분노의 윤리학’, ‘파파로티’까지 올해에만 무려 세 편의 영화를 내놨다.
외국배우 가운데에는 지난해 말 앤 해서웨이(‘레미제라블’·‘원데이’), 짐 스터게스(‘업사이드 다운’·‘원데이’·‘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이어 올 초 매즈 미켈슨(‘더 헌트’·‘로얄 어페어’), 니콜라스 홀트(‘잭 더 자이언트 킬러’·‘웜 바디스’) 등이 다작 배우로 국내 관객의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해 ‘국민배우’ 안성기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두 편 ‘페이스메이커’와 ‘부러진 화살’이 같은 날 개봉하자 “영화 시작하고 이런 일이 처음”이라며 당혹감을 표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배우들의 다작(多作) 경쟁은 최근 들어 유행을 넘어 일상이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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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연기에 대한 신념, 필요에 의해 다작을 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보은의 의미로 작품 출연을 결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때 불미스런 사건으로 연기 활동을 접어야 했던 이경영이 대표적이다. 재기를 도운 건 충무로의 사람들이었다. 이경영은 최근 3년간 ‘써니’, ‘최종병기 활’, ‘푸른 소금’, ‘카운트다운’, ‘후궁, 제왕의 첩’, ‘부러진 화살’, ‘500만불의 사나이’ ‘회사원’, ‘남영동 1985’, ‘26년’ 등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생활형도 존재한다. 최근 개봉작은 없지만, 지난해 ‘광해, 왕이 된 남자’,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타워’ 등에 출연했으며 현재도 ‘전국노래자랑’ ‘사도’에서 주연을 맡아 맹활약 중인 김인권은 다작의 이유를 물으면 “아이가 셋이다. 전셋값은 나날이 오르고.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농담 반, 진담 반 말하곤 한다.
다작 배우의 공통점은 연기력이다. 연기 경력에 비해 작품 수가 적은 한 배우는 다작을 하지 않는 이유로 “연기력이 들통 날까 봐 겁이 나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하 쇼박스 홍보과장은 “지난해 개성 강한 조연들의 활약으로 작품에서 ‘조연군단’의 활용도가 많이 늘어났다”며 “여기에 주연 배우가 여러 명 등장하는 멀티 캐스팅도 활발해 당분간은 배우들의 다작 열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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