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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윤·정형돈 `개가수` 전성시대 `빛과 그림자`

양승준 기자I 2012.06.08 09:43:16

유세윤 UV·정형돈 `형돈이와 대준이` 신보라 `용감한 녀석들`등 개그맨들 음원 인기
이야기의 힘 "맥락 없는 대중가요 반작용"
UV는 음악적 개성도
"방송 권력 힘 입은 황소개구리" 가요계는 울상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08일자 36면에 게재됐습니다.

▲ 래퍼 데프콘과 정형돈이 결성한 `형돈이와 대준이`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사례1. 개그맨 정형돈이 빅뱅 원더걸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형돈이 래퍼 데프콘(본명 유대준)과 함께 부른 신곡 `안 좋을 때 부르면 더 안 좋은 노래`는 5일 공개되자마자 음악사이트 멜론 차트 3위에 올랐다. 빅뱅 원더걸스 신곡에 이어 세 번째다. 정형돈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올림픽대로`는 발매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사례2. 가수 백지영도 잠시 힘을 쓰지 못했다. `돈 없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 돈만 주면 다 되는 세상~` 용감한녀석들(박성광·정태호·양선일·신보라)이 `일`을 냈다. 용감한녀석들의 신곡 `아이 돈 케어(I 돈 Care)`가 가온차트(5월13~19일)디지털 종합순위에서 2위에 올랐다. 같은 주 공개된 백지영 신곡 `굿보이`(6위)와 인피니트 `추격자`(7위)보다 높은 순위다.

`개가수`가 가요계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개가수`는 개그맨이 가수활동을 병행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판도 커졌다. 지난 2010년 유세윤이 DJ뮤지와 UV를 결성해 화제몰이를 하더니 올상반기 활동을 예고한 `개가수`는 세 팀이나 됐다. 이미 신곡 활동에 나선 `용감한 녀석들`과 정형돈을 비롯해 강유미와 안영미도 밴드를 결성해 이달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활동도 적극적이다. `용감한 녀석들`은 KBS2 음악순위프로그램 `뮤직뱅크`에 나가 가수들과 한 무대에 섰다. 정형돈도 지난 7일 Mnet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해 재기발랄한 무대를 선보였다. 신보라 정형돈 등 `예능 대세`들의 가수 변신에 시청자 관심도 뜨거웠다.
▲ KBS2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
◇`개가수` 인기 비결은?: 전문가들은 `유머`를 꼽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개가수`들의 노래를 개그의 연장으로 보며 즐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영의 `롸잇나우`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장재인을 가요계에 데뷔시킨 음반 기획자 이진영 씨는 "`개가수`들의 힘은 이야기"라는 의견을 내놨다. 아이돌 대중 음악에서 사라진 노래 속 이야기를 `개가수` 음악에서 찾고 열광하고 있는 것이라는 게 이 씨의 말이다. 최근 가요계는 가사 선정성 논란과 더불어 의미 없는 반복적인 가사가 음악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내용 없는` 일부 아이돌 음악에 대한 반작용으로 `개가수`들의 노래가 콘텐츠로도 주목받고 있다는 의견이다. 용감한녀석들 `아이 돈 케어`는 `우유배달 30만 원, 편의점 알바 60만 원, 등록금은 2000만 원`이라며 `88만 원 세대`의 설움을 언급해 공감을 샀다. 정형돈의 `올림픽대로`는 `올림픽 대로가 막혀요 지금은 어딜가나 막혀요 내 인생도 니 인생도 우리인생도 다 막혀요`라는 가사로 취업난에 고개숙인 젊은이들을 위로했다. `개가수` 노래는 사회적 불만을 유머로 기름칠 해 쉽게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 같은 비주류 `B급 감성`이 묻어있는 것도 `개가수` 노래의 숨은 매력이다.
 
`개가수`의 개성 넘치는 음악성은 가요계 새로운 자극이 됐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UV가 들고 나온 1990년대풍 복고음악은 전자음악이 난무한 아이돌그룹 댄스음악과는 다른 신선함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 DJ뮤지와 유세윤이 결성한 UV
◇`가요계` 황소개구리?: `개가수`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개가수`를 `가요계 황소개구리`로 보는 가요관계자들도 여럿 있었다. 아이돌그룹기획사 관계자 A 씨는 "`개가수` 중 일부는 특정 방송의 인기를 등에 업고 신곡을 내 음악만 바라본 신인가수 입장에서는 음원 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때문에 `개가수` 음원 출시를 피해 신곡 공개를 늦추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강태규 씨도 "방송 권력에 우위를 점한 일부 `개가수`들의 활약이 기존 가수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오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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