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제8구단 센테니얼은 한겨울 한파보다 더 살벌한 겨울을 나고 있다. 센테니얼은 최대 80%의 연봉 삭감안으로 선수들을 압박하고 있다.
선수들은 절차나 법적인 문제에 앞서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어찌보면 연봉은 끝이 아닌 시작일 수 있다. 센테니얼은 구단 운영도 지금의 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옛 현대 유니콘스는 선수들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을 했던 팀이었기 때문이다. 유니콘스 출신 한 선수는 "내가 겪어본 팀 중 단연 최고였다. 돈 문제로 선수와 구단이 갈등을 빚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돈을 잘 쓸 줄 알았다는 뜻이다. 팀 성적에 따른 메리트나 경기에 필요한 지원 등이 적절한 타이밍에 제대로 지급된 것이 선수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선수는 "현대는 부서장 전결의 폭이 넓었다. 선수들이 요구한 것이 합당하다고 여겨지면 곧바로 지원됐다. 다른 팀에선 결재 받느라고 세월을 다 보내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같은 돈을 쓰지만 효과는 현대가 최고였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유니콘스는 2002년 이후 현대가(家)의 지원이 줄어들며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단 운영비는 8개구단 중 중하위권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구단 수뇌부가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구단인 센테니얼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장석 센테니얼 대표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과거 현대 시절의 관리시스템은 인정할 수 없다. 선수들이 그런 돈을 받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단 연봉 뿐 아니라 그동안 현대 구단이 했던 운영방식 전체를 부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센테니얼 입장에서 현대 구단의 운영 시스템은 만성 적자 구조를 만든 구시대적 행태일 뿐이다. 또 현대 구단을 운영했던 수뇌부는 이미 구조조정 돼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도 없다.
갖고 있었던 것이 사라지는 아픔은 갖지 못한 것을 그리워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 현대의 한 선수는 "우리는 야구하기 가장 좋은 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옛 이야기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운영 방식의 옳고 그름을 떠나 현대 선수들이 받게 될 심리적 상실감은 시즌 내내 유령처럼 팀을 괴롭히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센테니얼 구단이 어떤 묘책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 관련기사 ◀
☞KBO와 선수협 갈등 핵심 쟁점 3가지
☞담배회사의 프로야구 참여 어떻게 봐야 할까
☞군 보류수당 폐지 '불필요한 관행 VS 인권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