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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지난 1999년 한.일 슈퍼게임 때 일이다. 한국팀은 3차전까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방송해설자였던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큰 차이는 없다. 선수들이 조금만 경기에 집중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매 경기 점수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반론이 있었다. 그 작은 차이가 결국 실력이라는 것이었다. 한 야구인은 "1점차로 졌다고 별 것 아니라고 여긴다면 발전할 수 없다. 머물러 있으면 계속 그렇게 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2003년 한국은 아테네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놓고 일본과 맞붙었다. 선발 이승호가 호투하는 등 팽팽한 경기를 펼쳤지만 결국 0-2로 졌다. 역시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이길 순 없었다.
2006년 3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한국은 일본을 두차례나 꺾으며 세계 4강의 신화를 썼다. 그러나 그해 11월 카타르에선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일본 대표팀에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아직 한국과 일본의 야구 수준은 차이가 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LG 트윈스는 1일 잠실 한화전서 총력전을 펼쳤다. 홈팬들에게 멋진 마무리를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기 승패와 상관없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에이스 박명환을 투입하는 등 쓸 수 있는 힘은 다 썼다.
그러나 결국 2-3으로 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LG가 당한 패배의 대부분이 점수차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4강의 고빗길'로 여겨졌던 경기서는 더욱 그랬다.
9회에 나온 결정적 실패로 무릎을 꿇은 9월7일 잠실 SK전(2-3),삼성과 승차 줄이기에 실패한 9월9일 잠실 삼성전(5-6),자존심이 걸려있던 9월18일 잠실 두산전(0-1)이 모두 그랬다.
그냥 보기엔 별 차이가 아닌 듯 싶다. 그러나 그 1점차가 결국 실력이다. '별 차이 안난다'에 무게중심을 둔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LG는 시즌이 끝나면 호주로 한달가량 가을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김재박 감독은 "마무리 훈련이 더 중요하다"며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다가올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LG의 내년 시즌 운명이 걸려있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김용달 LG 타격코치는 "좋은 폼을 익히려면 적어도 1만번 스윙을 반복해야 한다. 한달간은 꾸준하게 치고 또 쳐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은 몸이 고달프다. 손바닥이 벗겨지고 어디 한군데 아프지 않은 곳이 없게된다. 정신적으로도 괴롭다. '과연 옳은 길로 가고 있는 것일까','지금까지 해왔던 것도 모두 잃는건 아닐까'라는 번민이 거듭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지금의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다. LG가 내년 시즌엔 진정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1점차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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