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중·여준석 믿는다' 한국 男농구, 죽음의 조 뚫고 명예회복할까

이석무 기자I 2025.08.05 06:00:0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죽음의 조를 통과하라’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앞두고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에 내려진 ‘특명’이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에이스 이현중. 사진=연합뉴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기대주 여준석.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오는 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에서 디펜딩 챔피언 호주와 2025 FIBA 아시아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른다. 이어 8일 카타르, 11일 레바논과 차례로 맞붙어 8강 진출을 노린다.

한국은 1960년부터 아시아컵에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우승은 1969년과 1997년 두 차례 뿐이지만 준우승과 3위를 각각 11번, 12번이나 차지할 정도로 늘 우승권에서 경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2000년대 들어 이란, 요르단, 레바논,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 실력이 부쩍 늘었다. 여기에 농구 강국인 호주가 오세아니아를 떠나 아시아로 편입되고 나서는 아시아 농구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에는 ‘슬램덩크의 나라’ 일본까지 기량이 급성장해 미국프로농구(NBA) 진출 선수를 다수 배출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농구 변방으로 전락했다. 아시아컵에서 우승은 커녕 조별리그 탈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2022년에 열린 직전 대회나 2023년에 개최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의 최종 성적은 8강이었다.

FIBA 아시아컵 공식 사이트가 대회 개막을 앞두고 발표한 참가국 16개팀 파워랭킹에서 한국은 10위에 그쳤다. 한국 농구가 아시아에서도 위협적인 존재가 아님을 보여주는 수치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은 53위까지 추락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호주(FIBA 랭킹 7위), 레바논(29위), 카타르(87위)와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호주는 이번 대회 참가국 가운데 세계랭킹이 가장 높다. 객관적인 전력상 단연 으뜸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우승후보 ‘0순위’다.

레바논은 바로 직전 대회인 2022 아시아컵 결승에서 호주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 최고 가드로 평가받는 와엘 아락지가 버티고 있고 2023~24시즌 국내프로농구(KBL) 원주 DB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디드릭 로슨이 귀화선수로 합류했다.

카타르는 한국보다 랭킹이 낮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우리가 모두 이겼다. 하지만 평가전에 뛰지 않은 귀화 선수들이 본격 가동되면 전혀 다른 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일단 최소 조 3위를 차지해 8강 결정전에 나가는 것이 목표다.

희망은 있다. 대표팀에 확실한 기둥이 둘이나 생겼다. 해외리그에서 실력을 쌓아온 이현중(나가사키 벨카)과 여준석(시애틀대)이다. 미국 대학농구,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G리그, 호주 리그 등 해외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이현중은 지난달 국내 평가전 4연전에서 평균 21.2점을 기록, 대표팀 에이스임을 입증했다.

언제 어디서나 불을 뿜는 주특기 3점슛은 물론 수비, 경기 조율까지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팀 전체를 이끄는 리더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203cm 장신 포워드인 여준석은 뛰어난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골밑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파워넘치는 플레이로 팀의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유망주 껍질을 벗고 KBL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선 유기상(LG), 이정현(소노), 하윤기(KT) 등도 대표팀의 핵심 멤버다. 젊은 선수들을 다독이고 대표팀에 부족한 경험을 더할 베테랑 이승현(현대모비스)과 김종규(정관장)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험난한 여정을 치러야 하지만 선수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호주와 첫 경기를 앞둔 이현중은 “경기는 뛰어봐야 안다”며 “선수들과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준호 감독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도전하겠다”며 “전사하지 않고 살아남아 남자 농구의 ‘전설’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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