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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통과만으로도 빛난 김종덕의 '환갑 투혼'..."내년에 다시 나와 기록 깰 것"

주영로 기자I 2023.06.12 05:00:00

KPGA 선수권에서 만 62세 5일 최고령 컷 통과
환갑 넘긴 나이에도 작년 자신이 세운 기록 경신
"체력 닿는한 계속 나와 기록에 도전할 것"
환갑투혼 비결은 경험, 자기관리와 열정

김종덕이 1번홀에서 힘차게 티샷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양산(경남)=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2011년 디오픈 마지막 4라운드. 환갑의 나이로 우승 경쟁에 나선 톰 왓슨(미국)은 스튜어트 싱크(미국)와 연장 접전까지 펼쳤으나 아쉽게 준우승했다. 비록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으나 나이를 뛰어넘은 뚝심과 경험에서 나온 정교한 쇼트게임을 본 팬들은 그날의 승부를 ‘아름다운 패배’로 기억했다.

11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의 메이저 대회 KPGA선수권 with A-ONE CC(총상금 15억원)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는 환갑을 넘긴 김종덕(62)이 자신과의 싸움에 나섰다. 최종합계 2오버파 286타 쳐 공동 52위로 대회를 마쳤으나 김종덕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빛이 났다.

1961년 6월생인 김종덕은 이번 대회에서 만 62세 5일의 나이로 본선에 진출해 지난해 자신이 세운 이 대회 역대 최고령 컷 통과(만 61세 6일)를 새로 썼다.

환갑을 넘긴 나이로 정규 투어 대회에 나와 30~40살 어린 후배들과 경쟁해 컷을 통과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체력도 예전만 못하고 거리도 덜 나가는 등 경기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번 대회엔 156명이 참가해 77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 1·2라운드 때 2번홀에서 측정한 김종덕의 드라이브샷 거리는 268야드와 257야드에 불과했다. 순위로는 126위와 137위로 하위권이다. 1위로 측정된 기록과 비교하면 거의 30야드씩 차이를 보일 정도다.

기술적으로는 20~30대 선수들에 한참 못 미쳤음에도 김종덕이 컷을 통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경험과 철저한 자기관리 그리고 골프에 대한 열정이다.

2라운드 때 컷 통과를 위해 순위 싸움에 나선 김종덕은 경기 초반 2번과 3번홀에서 연속으로 보기를 해 위기를 맞았다. 남은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 컷 통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김종덕은 남은 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 골라내 기어코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썼다.

컷 통과에 성공한 김종덕은 “초반 연속으로 보기를 했으나 그래도 집중하면서 경기하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1타를 줄이면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라며 “오랜만에 이렇게 난도가 높은 코스에서 경기하는데 이럴 때는 좌우 러프가 있다고 해도 눈 딱 감고 그린 한 가운데로 공을 올린다고 생각하고 경기하면 어렵지 않다”고 경험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밝혔다.

4라운드 72홀 경기를 마치려면 매일 10km 이상씩 40km 이상을 걸어야 하는 만큼 체력전이 필수다. 김종덕은 “체력만큼은 거뜬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특별하게 아직 힘들지 않다. 공이 잘 맞으면 힘이 안 든다”고 웃으며 말한 뒤 “후배들이 가끔 ‘뭘 드시냐’고 묻기도 하는데, 특별하게 건강식을 챙겨 먹지는 않는다. 대신 지금도 매일 웨이트트레이닝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하면서 유연성을 유지한다. 그래야 근력도 유지돼 거리가 나고 부상도 방지된다”고 자신만의 관리 비결을 공개했다.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새로 쓴 김종덕은 남은 경기에서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또 다른 소망도 덧붙였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겠다는 작은 의지의 표현이다.

3라운드에서 1타를 잃은 김종덕은 “후배들과 함께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했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즐겁고 재미있게 경기하겠다. 체력이 닿는 한 기록을 깨기 위해 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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