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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익준은 지난 4일 저녁 방송된 채널A 예능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이하 ‘금쪽 상담소’)의 게스트로 출연해 오은영 박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양익준은 방송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자신이 13년째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양익준은 “중간엔 ‘평생 가는 증상인가.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절망감도 찾아왔다”며 “(공황장애가 오면) 컴퓨터가 꺼진 듯 머릿속이 멈춘다. 단어, 문장도 도출이 안 되고, 우주에 혼자 떠도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증상을 토로했다.
방송 중간 양익준은 불안감, 긴장감을 이겨내고자 선글라스를 끼는 모습도 보였다. MC 정형돈이 그에게 고민을 물었고, 양익준은 “남들에게 ‘내가 뭔가 쉽게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판단되는 건가’생각되는 상황들을 많이 만났다”며 “날 함부로 하려고 하는 분들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많이 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는 것 같나”라고 묻자 양익준은 “여럿이 있으면 (내가) 타깃이 된다고 할까”라며 자신이 중학생 시절 겪었던 폭행 피해를 꺼냈다. 그는 “동급생 친구들 사이에서 다툼이 났다. 한 친구가 (상대방을) 내리치려고 의자를 들더라. 나는 인근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아무 상관도 없는 나한테 의자를 내리치더라. 너무 큰 충격과 고통이었다”고 떠올렸다.
이후 성인이 된 뒤에도 자신을 얕잡아 보는 사람들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영화 제작자와 조용히 영화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연기하는 나이 많은 선배가 갑자기 술 한 잔 먹고 자리로 오더니 나에게 육두문자를 10분 동안 하더라. 이유를 모르겠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양익준은 급기야 “약 한 알만 먹고 오겠다”며 이야기 도중 촬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집에서는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도 밝혔다. 양익준은 “부모님이 가족 안의 문제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문제를 발생시키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엄마가 19살 어린 나이에 누나를 임신해 엄마가 됐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엄마보다 두 살 많은데, 씩씩한 청년이 일곱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다만 그런 아버지가 자신은 늘 미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남성이라는 근육과 힘을 가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존재를 언어적, 물리적, 폭력적으로 뭔가를 해한다는 건..(이해할 수 없었다”며 “아버지는 왜 엄마를 그렇게 대하셨을까”라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쌓인 마음 속 분노와 적개심 등을 처음 풀어냈던 작품이 영화 ‘똥파리’였다고도 털어놨다.
한편 배우 겸 영화감독인 양익준은 영화 ‘똥파리’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애정만세’ ‘미성년’ 등을 만들었다. 배우로도 활발한 행보를 펼친 그는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 ‘사이비’를 비롯해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 ‘추리의 여왕’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 등에서도 주요 조연으로 얼굴을 비췄다. 그는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에서 진경훈 형사 역을 맡아 초반부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극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