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최진호의 유럽투어 적응기..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 다할 것"

주영로 기자I 2018.05.02 07:38:07

볼보 차이나 오픈에서 시즌 세 번째 '톱10'
투어 13년 차 내공과 긍정으로 불리함 극복
3주 뒤 일정도 미정.."주어진 여건에서 최선"

최진호. (사진=KP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3주 뒤 일정도 아직 모릅니다.”

서른 넷. 적지 않은 나이에 해외 진출을 시작한 최진호가 유러피언투어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다. 비결은 프로 13년 차 내공의 ‘긍정’이었다.

최진호는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의 톱윈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볼보 차이나 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7위에 자리했다.

2016년과 2017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년 연속 대상을 차지하며 올해부터 유러피언투어로 무대를 옮긴 최진호에겐 상당히 의미 있는 성적이다. 그는 올해부터 시드 카테고리 16번을 받고 유럽 무대에 뛰어들었다.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거쳐 올라온 선수들 바로 위에 해당한다. 시즌 중 시드 순번을 재조정 되는 리랭킹(Re-Rankig)을 받지 않아도 되는 만큼 비교적 안정된 투어 활동이 보장됐다. 그러나 메이저급 대회나 일부 초청 대회에는 나갈 수 없어 불리한 면도 없지 않다. 특히 다음 시즌 시드를 결정짓는 ‘레이스 투 두바이’ 순위에선 힘을 내기가 힘들었다. 미국 PGA 투어는 시드를 결정하는 페덱스컵 포인트 제도가 오로지 PGA 투어 성적만으로 적용된다. 반면, 유러피언투어의 레이스 투 두바이 순위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과 PGA 투어 메이저 대회도 포함돼 최진호처럼 유러피언투어에만 출전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선수에겐 다소 불리한 구조다.

최진호는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불평 없이 차근차근 적응해 나갔다. 지난해 11월 시즌 개막 이후 UBS홍콩오픈에 첫 출전했다. 공동 48위에 올라 무난한 성적을 거뒀고, 이어 모리셔스오픈 공동 20위에 이어 요버그오픈에서 처음으로 공동 8위에 올라 ‘톱10’을 기록했다. 이어 히어로 인디언 오픈 공동 8위, 볼보 차이나 오픈 공동 7위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괜찮은 성적을 내고도 랭킹에서 자꾸 순위가 밀렸다. 굵직한 대회에 나갈 수 없다보니 한번 빠지면 경쟁에서 밀렸다. 최진호는 이번 대회 전까지는 102위에 110위까지 주어지는 2018-2019시즌 시드 확보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물론 많은 대회가 남아 있어 여유는 있었다. 그러나 110위 밖으로 떨어지면 부담이 찾아올 수밖에 없어 순위를 대폭 끌어올려야 했다. 볼보 차이나 오픈 공동 7위로 최진호는 레이스 투 두바이 순위를 69위까지 끌어올렸다.

경기를 마친 뒤 귀국한 최진호는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며 “이번 대회가 좋은 흐름을 만드는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길도 험난하다. 당장 3주 뒤 일정도 정해진 게 없다. 3일부터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겸 아시안투어 공동 대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 출전하는 최진호는 이 대회 이후 일정을 확정짓지 못했다. 5월 24일부터 시작하는 유러피언투어의 메이저급 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 엔트리가 정해지지 않아 출전 명단이 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최진호는 “현재로서는 출전 자격이 없어 국내에서 열리는 SK텔레콤오픈과 제네시스 챔피언십 출전을 신청한 상태다”며 “하지만 BMW PGA 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으면 국내 대회를 포기하고 영국으로 날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1년 내내 투어 활동을 하면서 정해지지 않은 일정에 맞춰 대회에 출전하는 건 선수에게 컨디션 조절 등에서 매우 불리하다. 하지만 최진호는 그 어떤 불만도 없었다.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살리겠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지금은 여건이 되지 않아 어떨 수 없다”면서 “계획된 일정대로 움직일 수 없어 힘들지만, 그래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하다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다”고 불평하지 않았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