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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줄어드는 파이
지난 9월 종영한 KBS2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은 ‘역대급 드라마’로 남았다. 축구 중계와 맞물린 8회가 1.4%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해 역대 지상파 미니시리즈 최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2000년 이후 집계된 국내 드라마 시청률 중 가장 낮다.
시청률 맨홀은 타 작품도 마찬가지다. 동시간대 1위인 ‘당잠사’는 10.0%로 턱걸이를 한 14회를 제외하고 한 자릿수 시청률이다. 한류스타 이종석·수지가 주연을 맡아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은 화제작이었다. 의외의 성적표다.
올해 20% 시청률을 넘긴 주중 미니시리즈는 상반기 방송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 ‘피고인’, ‘귓속말’ 정도에 불과하다. 평일 시청률 30%은 꿈의 수치가 됐다. 지난해 방송한 KBS2 ‘태양의 후예’가 MBC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 만에 30%대 시청률을 기록한 정도다.
◇막강해진 비지상파 위협
비지상파의 공격적인 행보도 한 몫 한다. 케이블채널 tvN은 지난 7월 ‘크리미널 마인드’를 시작으로 수목극을 신설했다. 지난달부터 주중 드라마 시간대를 오후 11시에서 오후 9시30분으로 옮겨 지상파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월화 미니시리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3%대, 수목 미니시리즈 ‘부암동 복수자들’은 4~5%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후속작으로 신원호 PD의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보영 주연의 ‘마더’, 박해영 작가의 ‘나의 아저씨’ 등이 대기 중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는 내달부터 월화극을 선보인다. 첫 작품은 이준호 주연의 ‘그냥 사랑하는 사이’다. KBS2 ‘참 좋은 시절’(2014)의 김진원 PD와 KBS2 ‘비밀’(2013)의 유보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비지상파는 이 기세를 몰아 투자를 늘리고 다양한 장르·소재·포맷으로 도전에 나서고 있다. tvN은 올 상반기 SF를 소재로 한 ‘써클’을 선보였으며, ‘아르곤’(8부작)·‘부암동 복수자들’(12부작)·‘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4부작)에 등 탄력적인 편성으로 눈길을 끈다. JTBC는 웹드라마와 단막극을 연계한 2~4부작 드라마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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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의 총체적인 위기라는 데 관계자들은 공감한다. 지난해부터 한한령 여파로 중국 시장 진출이 막히자 방송사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스타들의 출연료를 깎고, 제작비 또한 줄였다. 새로운 시도는 꿈꾸기 어려워졌다. 비지상파와 대조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스타 작가와 한류스타들도 지상파가 아닌 비지상파를 택하기 시작했다. PD들이 느낀 허탈감도 컸다. 최근 1~2년 사이 지상파 PD라는 안정된 타이틀을 버린 PD만 수십 명이다. tvN ‘도깨비’(이응복PD), JTBC ‘품위 있는 그녀’(김윤철PD) 모두 지상파 출신으로, 현재 비지상파로 적을 옮겼다. 촬영·조명·미술·음악 등 스태프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비지상파 관계자는 “지상파와 비지상파가 동등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속단할 수 없다”면서 “KBS와 MBC는 9월부터 총파업이었다. 그동안 비정상적인 구조였다. 드라마 홍보나 제작에 전처럼 힘을 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파업이 끝난 후 정상화되면 또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