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롯데가 살아났다...부산 야구열기도 부활

이석무 기자I 2017.09.05 08:28:01
롯데 자이언츠.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보면 식인 거인들이 성벽을 파괴하고 인간들을 산채로 집어 삼킨다. 인간들이 아무리 반격을 해도 거인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다.

올해 KBO리그 프로야구에도 진격의 거인이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의 최근 기세는 어마어마하다. 롯데는 지난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7-2로 이기고 5연승을 달렸다.

롯데는 8월 이후 ‘무적모드’다. 30경기에서 22승8패 승률 7할3푼3리를 기록했다. 8월 4일부터 9월 3일까지 한 달간 치른 27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22승5패가 된다, 이 기간 승률이 8할1푼5리나 된다. 같은 기간 승률 2위인 두산(17승1무9패 승률 6할5푼4리)보다도 훨신 앞선다.

7월까지 롯데는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채 7위에 머물렀다. 5위 넥센에 3경기 차로 뒤져 가을야구가 5년 연속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난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69승2무56패 승률 5할5푼2리로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3위 NC(71승1무54패 승률 5할6푼8리)에 2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지금 기세라면 3위 자리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다. 5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의 꿈은 이미 8부 능선을 넘었다.

▲주역이 따로 없다...모두가 주역

롯데는 현재 완벽한 투타조화를 뽐내고 있다. 외국인투수 린드블럼의 재영입이 ‘신의 한수’였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아들의 병을 돌보기 위해 재계약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린드블럼은 아들의 건강이 호전되자 후반기를 앞두고 롯데로 돌아왔다.

린드블럼이 가세하면서 박세웅, 송승준, 레일리 등 기존 선발투수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전체적으로 선발 마운드의 높이가 올라갔고 시너지 효과가 일어났다. 롯데 선발진은 8월 이후 거둔 22승 가운데 14승을 책임졌다.

불펜에선 마무리 손승락의 활약이 독보적이다. 손승락은 올시즌 3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 중이다. 10개 구단 마무리투수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특히 8월 이후 11세이브를 거뒀다. 마무리가 중심을 잡아주니 팀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

방망이는 완전히 불 붙었다. 연일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8월 이후 30경기에서 40홈런을 때렸다. 같은 기간 10개 구단 중 1위다.

‘돌아온 빅보이’ 이대호는 8월 이후 12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타율이 3할3푼에 이른다. FA를 앞두고 있는 손아섭도 타율 3할6푼2리에 9홈런을 때렸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신이 났다. 조원우 감독은 5연승을 거둔 뒤 “선수들이 각자 위치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이 알아서 잘하니 감독으로서도 딱히 뭘 할게 없다.

▲되살아난 ‘부산갈매기’...야구 열기 부활

지난해 부산 사직구장은 썰렁했다. 롯데의 성적이 안좋았기 때문이다. 총관중수는 서울 팀인 두산, LG는 물론 SK에게도 뒤진 4위였다. ‘구도(求都)’라는 수식어가 무색했다. 부산 팬들은 ‘느그가 프로가’라는 뼈아픈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금 롯데 홈경기 티켓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사직구장 앞에는 수십 명의 암표상들이 진을 치고 있다. 서울에서 암표상 조직이 한꺼번에 내려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SNS에는 “2만원짜리 티켓을 10만원 주고 샀다는”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암표상들이 관중들에게 웃돈을 주고 표를 사서 더 많은 웃돈을 붙여 되파는 웃지 못할 광경도 펼쳐진다.

지난 2일 롯데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사직구장은 올시즌 4번째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예매만으로 전석이 매진됐다. 롯데 구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경기 티켓을 구매하면 유니폼을 함께 선물로 주는 구단 마케팅도 매진에 한몫 했다.

야구를 잘하니 관중들이 경기장에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난해 8월 이후 시즌 종료 때까지 롯데 홈 평균 관중수는 9639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8월 이후 홈 관중수가 1만6325명으로 7000명 가까이 늘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구장을 찾아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우리에겐 가장 큰 힘이다. 선수들도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하고 있다“며 ”서로의 마음이 잘 맞아 떨어져 우리 팀 성적이 점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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