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그룹이 싱글맘이라니, 유이
유이는 ‘결혼계약’에서 싱글맘 강혜수 역을 맡았다. 강혜수는 딸 은성(신린아 분)을 홀로 키우며 죽은 남편의 빚까지 떠안았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벅차지만 은성이가 있어 언제나 씩씩하다. 갑자기 찾아온 뇌종양 진단은 날벼락이었다. 딸의 미래가 걱정되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었다. 어머니를 위한 장기이식을 돈과 맞바꾸려는 한지훈(이서진 분)과 애정 없는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지난 2009년 MBC ‘선덕여왕’으로 연기에 입문한 유이는 2011년 KBS2 ‘오작교 형제들’로 주연을 꿰찼다. 이후 KBS2 ‘전우치’(2012), MBC ‘황금무지개’(2013), SBS ‘상류사회’(2015) 등 지난 7년 동안 꾸준히 활동했다. 이미지에 민감한 20대 걸그룹 멤버이지만, 지난해 tvN ‘호구의 사랑’에서는 미혼모 역할을 소화하는 등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결혼계약’도 마찬가지다. 강혜수는 감정소모가 많은 캐릭터다. 4회에서 자살하려는 오미란(이휘향 분)을 만류하며 “미치게 살고 싶다”고 오열하는 장면은 안방극장을 울렸다. 어중간한 앞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 바짝 마른 입술, 수수한 옷차림 등 사소한 디테일이 모여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싱글맘을 표현한다. 예쁘게 보이기보다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신린아와 자연스러운 ‘모녀 케미’는 촬영이 없을 때도 가까운 관계를 이어가는 유이의 노력 덕분이다.
소속사 플레디스 관계자는 유이에 대해 “혼자서 연구를 많이 한다. 주어진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상당하다. 감독님, 동료배우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작품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호, 영리한 아이돌
이준호는 이번에도 영리한 선택을 했다. 이준호는 데뷔작인 영화 ‘감시자들’(2013)에서 적은 분량이지만 알찬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이준호를 2PM의 멤버가 아닌 신인 배우로 착각한 관계자가 있었을 정도였다. 성공적인 출발이었지만 욕심내지 않았다. 차근차근 배우의 길을 걸었다. 팍팍한 현실에 시달리는 청춘을 그려낸 ‘스물’(2015), 첫 액션 도전인 ‘협녀’(2015) 등이 이에 해당된다.
‘기억’은 그의 브라운관 데뷔작이다. 이준호가 맡은 정진은 주인공 박태석(이성민 분)과 호흡하는 어소시엣 변호사다. 사법연수원을 최상위 성적으로 졸업했고, “분명히 의료사고”라고 박태석에게 따질 만큼 정의로운 성격에 배짱까지 갖췄다. 그럼에도 로펌에 머무는 이유는 가족 때문이었다. 사고뭉치 형으로 인해 그는 돈이 필요했고, 준비한 사직서도 삼켜야 했다. 분량이 많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입체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방송된 1회에서 정진이 보여주는 감정 대부분은 분노였다. 일관된 감정이었지만 이준호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표현했고, 덕분에 캐릭터가 풍성하게 그려졌다.
‘기억’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박태석이 가족으로 회귀하는 이야기다. 다소 무거운 소재다. 상대적으로 이준호와 송삼동(김제훈 역), 윤소희(봉선화 역)가 등장하는 신은 통통 튀는 밝은 분위기다. 마주칠 때마다 티격태격하는 이준호와 윤소희는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마치 로맨틱 코미디의 한 장면을 보는 기분이다.
◇모든 연기돌이 그렇지 않더라도
모든 ‘연기돌’이 두 사람 같은 평가를 받지 않는다. 미니시리즈부터 주말극까지 매 작품마다 아이돌 멤버가 하나 이상 포함돼 있다. 미흡한 실력을 지적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기본적인 발성조차 제대로 못해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 받은 tvN ‘시그널’에는 아이돌 멤버가 없었다. 때문에 연기 구멍 없는 작품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제 드라마부터 영화까지 ‘연기돌’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유이와 이준호에 이어 기대감을 높이는 이가 있으니 이준이다. 그룹 엠블랙 출신인 그는 2014년 탈퇴를 선언하고 배우로 전업을 선언했다. 행보는 성공적이다. 오는 27일에는 케이블채널 OCN 새 일요드라마 ‘뱀파이어 탐정’으로 돌아온다. 갑자기 뱀파이어가 된 탐정 윤산 역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