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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보수적인 심의 잣대에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극장에 걸린 영화들을 보면 ‘18금’이 주를 이룬다. 청소년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몇 편 안 된다.
최근 박스오피스 상위 10위권 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는 ‘회사원’·‘루퍼’·‘위험한 관계’·‘로우리스: 나쁜 영웅들’까지 4편. 전체관람가 혹은 12세 이상 관람가인 애니메이션(메리다와 마법의 숲)과 공연 실황 영화(인피니트 콘서트)를 빼면 청소년에게 관람이 허용된 상업영화는 단 4편(‘광해, 왕이 된 남자’·‘용의자 X’·‘점쟁이들’·‘조조-황제의 반란)뿐이다. 이마저도 모두 15세 이상 관람가다. 추석을 앞두고 개봉해 230만 관객을 모은 ‘테이큰2’ 역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관객과 만났다.
이들 18금 영화 중 ‘루퍼’와 ‘테이큰2’는 미국에서 각각 R등급(17세 미만 보호자 동반 관람가), PG-13(13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작품이다. 우리나라 청소년관람불가에 해당하는 NC-17(17세 미만 관람불가) 보다 최소 한 단계 이상이 낮다.
더욱이 이 두 작품은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다. ‘루퍼’는 한 사람의 행동이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인문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테이큰2’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럼에도, 영등위는 폭력적인 부분이 자극적이며 거칠게 지속적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이유로 이 두 작품에 청소년들의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
중국에서 심의 통과된 작품이 한국에서 발목이 잡힌 사례도 있다. 중국은 심의 잣대가 보수적이고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한중합작영화 ‘위험한 관계’, 중국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지원한 ‘루퍼’가 그렇다. 이 두 작품은 중국 현지에서 박스오피스 1위 바통을 이어 받으며 흥행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위험한 관계’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은 “극 중 ‘10대 소녀’ 캐릭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면서도 “그래도 심의 결과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 영화는 고전을 바탕으로 한 시대극이다. 사회 통념상 조혼이 용인됐던 당시 시대적 맥락으로 보면 이해 못 할 설정도 아닌데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심의 결과에 당황한 건 배우 장동건도 마찬가지였다. 장동건은 “중국시장에 맞춰 노출 수위까지 낮췄는데 한국에서 18금 판정을 받아 놀랐다”고 했다.
민병훈 감독은 오는 11월 새 영화 ‘터치’ 개봉을 앞두고 자신의 영화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매겨지자 “영등위가 우리 청소년들을 굉장히 우습게 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민 감독은 “‘터치’는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정면으로 보여주고 그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자는 의미로 만든 영화다”라며 “흥행 때문이 아니라 청소년과도 공감을 하고 싶었는데 심의 결과가 이렇게 나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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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 감독의 장편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치와 현실참여’는 지난 2011년 6월 1차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지난 9월 2차 심의에서도 같은 결과를 받아 사실상 상영이 불가능해졌다. 이 영화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으면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한상영관이 없다. 영등위는 “정치적인 내용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을 해한다는 상징적인 내용의 폭력성이 문제”라고 밝혔다.
영등위가 지난 2011년 9월부터 1년간 심의한 영화통계자료를 보면 전체 1013건 가운데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내린 사례가 총 446건으로 가장 많았다. 15세 이상 관람가가 246건, 제한상영가도 11건이나 됐다.
이와 관련 안치완 영등위 정책홍보부 과장은 “최근 청소년관람불가 영화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본 성인영화의 국내 유입 증가 등에 따른 영향일 뿐 심의의 보수성과는 관련이 없다”며 “또 등급 제도는 해당 국가의 문화적 특수성, 사회적 통념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으로 나라마다 다르다.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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