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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판 `시대유감`..뮤비 사전심사 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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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영 기자I 2012.08.17 09:29:29
머리카락의 과도한 염색과 수업 시간에 교실을 박차고 나가는 장면이 청소년에 유해하다는 판정을 받은 그룹 포커즈 ‘꿈꾸는 아이’ 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1996년 가수 서태지는 ‘시대유감’을 노래했다. ‘시대유감’은 사회 기득권층을 풍자한 노래다. 1995년 심의불가 판정을 받아 뒤늦게 발표됐다. 당시 문화공보부 산하 한국공연윤리위원회의 음반 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되면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서태지 팬들의 대대적인 서명 운동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덕이다.

16년이 지난 2012년 8월, 가요계가 또 한 번 몸살을 앓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시행되는 뮤직비디오 사전 등급분류 제도 탓이다.

여태껏 뮤직비디오는 대가 없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 제공될 때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사전 심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는 앞으로 무조건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2월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뮤직비디오도 영화나 게임처럼 전체 관람가, 12세 및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 관람가 등의 등급으로 분류돼 유통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부 뮤직비디오가 선정·폭력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생긴 제도다.

가요 관계자 “구시대적 발상”

이를 두고 가요 관계자들은 ‘2012판 시대유감’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마디로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사전검열의 부활’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기고문을 통해 “대중예술의 표현에 대한 검열은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바로 민주사회의 척도이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축소되고 국가의 개입이 늘어나는 것은 과거로의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졸속 행정의 산물이라는 비판도 적잖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는 “이제 막 지펴진 ‘K팝’이란 작은 불씨의 바람막이가 돼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고 주장했다. 양현석은 뮤직비디오 사전등급 분류 제도가 야기할 갖가지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영등위가 해외 사이트인 유튜브나 구글은 규제할 방법이 없어서다. 이곳에서 외국 가수들은 전혀 제재를 받지 않는 데 반해 K팝 가수들만 사전 등급 심사를 받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시각이다. 국내 동영상 사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심의기간·기준 예측 안돼

최대 14일이라는 심의 기간도 가요 관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사안 중 하나다. 요즘 가수들에게 중요한 건 방송 출연보다 음원 사이트를 통한 홍보인데 이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정확히 언제 심의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음원 유통·서비스사와 신곡 발매 시기를 조율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만약 심의가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거나 재심의를 받아야 한다면 가수들은 계획된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방송사에서 미리 자체 심의한 뮤직비디오는 영등위의 등급 분류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각 방송사는 벌써 ‘알아서 기는’ 분위기다. 최근 신곡 ‘꿈꾸는 아이(i)’를 발표한 그룹 포커즈의 뮤직비디오가 KBS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머리카락의 과도한 염색과 수업 시간에 교실을 뛰쳐나가는 장면이 청소년에 유해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앞서 빅뱅 지드래곤, 비스트 등이 비슷한 헤어 스타일을 선보였을 때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SM·YG·JYP 등 국내 대표 기획사 콘텐츠를 유통하는 KMP홀딩스의 이승주 총괄이사는 “심의 잣대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 라인이 없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영등위 “검열 아닌 적정 등급 부여

가요계 반발이 거세자 영등위는 난감한 처지다. 영등위는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실행에 옮기는 민간기관이다. 심의 영역은 다르지만 이미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음반 사후심의 결과가 중복되는 것도 문제다. 또한 잣대가 불분명해 ‘고무줄’ 등급 판정이라는 논란이 불거질 게 뻔하다. 영등위는 관련 논란을 의식한 듯 “등급 분류는 검열이 아니라 연령 별로 적절한 등급을 부여하고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는 분들에게 내용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해명했다. 또한 3개월간의 시범 운영기간 동안 처벌보다는 계도 수준으로 혼란을 최소화하고 가요계 의견 수렴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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