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호는 올시즌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12경기를 소화하며 SK의 안방을 지켰다. 도루 저지율 4할3푼8리로 1위에 타격 2할6푼, 95안타, 11홈런.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2009년보다 대부분 기록이 더 좋아졌다. 박경완이라는 커다란 벽에 가려 진가를 보일 기회가 적었지만 이젠 주전으로 당당하게 입지를 굳혔다. 데뷔 10년만에 처음으로 편안하게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듯 했다. 그러나 그에게 또다시 도전 과제가 주어졌다. 국가대표 포수 조인성의 영입소식을 들은 것이다. 그에겐 충격이었을 것이다. 동료들은 혹 그가 좌절하진 않을지 걱정했다. 하지만 정상호는 여전히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담담하게 다시 맞설 준비를 했다. 그의 표정에선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함이 느껴졌다.
영입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 오전. 이만수 감독은 정상호를 감독실로 불렀다. "아침에 감독님이 부르시더니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해주셨다. '물론 서운하겠지만 네가 열심히 하고 같이 경쟁해봐라. 경쟁에서 지지 말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힘을 내려고 한다."
잠시 충격을 받긴 했지만 정상호는 이내 기운을 차렸다. 어차피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지난 10년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했던 그다. 이 경쟁 또한 자신의 이겨나가야 할 몫이고 이겨내야 진정한 포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알고 있었다.
"장난으로 선수들에게 '짐싸야겠다'는 농담을 했었다. 그런데 누군가와 경쟁에 대해 얽매이다보면 내가 생각했던 야구 선수로서의 꿈, 목표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영입은 결정된 것이고 내가 지레 겁먹는다면 나는 선수로서 끝이다. 어떻게해서건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겠다." 정상호는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SK에 입단 후 '다른 포지션을 찾아볼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만큼 SK에서는 포수 자원이 풍부했고 그럴 수록 그의 자리는 점점 좁아져갔다. 당시에는 도망갈 생각을 했던 정상호. 지금은 달랐다. 그가 원하고 바라는 것은 오직 주전 포수 마스크다. 피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각오다. "주전 경쟁을 우선 뚫고 보직을 뭘 받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경쟁을 이겨서 주전 포수를 하고 싶다. 나를 지명타자로 쓴다는 얘기도 있던데, 나는 나이도 어리고 아직까지는 포수로서 배울 게 더 많기 때문에 계속 마스크를 쓰고 싶다. 쉽게 포수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다."
"지금 포스트시즌을 했어야는데….(웃음) 시즌 초에는 허리에 통증이 오고나서부터 타격 밸런스가 좀 무너져 하락세를 탔다. 허리가 빠지면서 방망이를 빨리 감는다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는 센터, 우중간 방향으로 밀어치려는데 중점을 두고 있고 방망이 헤드를 앞으로 더 가져가려는 연습들을 하고 있다. 결과가 좋다. 이런 조언들을 토대로 내년 시즌 때까지 내 걸로 만드는 것이 숙제다."
물론 아프지 않아야 한다. 경기 중 보여주는 근성과 허슬플레이로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그다. '정상호는 유리몸'이라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 더욱 부상 관리에 철저하다. "일단 다치지 않는게 우선이다. 아프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몸관리를 철저히 한 뒤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는게 그 다음이다." 보다 구체적인 목표도 물어봤다. 그는 자신감있게 답했다. "타율 2할8푼이다. 홈런은 25개. 희망이니까 세게 잡아놨다.(웃음). 2009년, 2011년 내가 주전으로 뛴 경기에서 늘 준우승에 그쳤다. 내년 시즌 주전으로 뛰면서 팀 우승을 이끌고 싶다." 정상호는 요즘 책 한권을 열심히 읽고 있다. '야구의 심리학'. 전지훈련을 오는 길에 산 책이라고 했다. "투수들의 심리 도움이 될까 싶어서 책을 사왔다. 타자들 뿐만 아니라 투수들의 심리도 나온다. 우리 투수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였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 시간은 한정돼 있다. 때문에 기회를 잡고도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9년, 2011년. 10여년만에 찾아 온 기회를 정상호는 잡았고 그 속에서 성장해 나갔다. 2012년의 정상호는 그 경험을 발판삼아 더욱 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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