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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과 2차전 벌일 요하네스버그의 '사커 시티'

조선일보 기자I 2010.05.14 08:05:33

깃발엔 '준비 끝' 경기장 주변엔 '공사중'

개막·결승전 치를 경기장, 거대한 가마솥 같은 느낌

나팔 소리 요란하게 들려 高地와 함께 애 먹일듯


[조선일보 제공] 'Joburg is ready(요하네스버그는 준비됐다).' 기자가 찾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거리 곳곳엔 월드컵 준비가 끝났음을 알리는 이런 문구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조버그(Joburg)'는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의 애칭이다.

하지만 월드컵 주경기장인 사커 시티(Soccer City) 주변은 여전히 포클레인이 일으킨 흙먼지로 가득했다. 경기장 주변 길은 곳곳이 파헤쳐져 있었고 주차장에도 철근이 어지럽게 널려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B조 2차전(한국 시각 17일 오후 8시 30분) 경기를 갖는다. 기자가 공사장 인부에게 "대회 개막이 한 달도 안 남았다"고 하자 그는 "개막 이전엔 다 끝날 것이다. 아무 문제 없다"고 응수했다. 대회 개막까지는 28일 남았다.

■메인 스타디움은 공사 중

사커 시티는 개막전(6월 11일 남아공―멕시코)과 결승전(7월 12일) 등 모두 8경기가 치러지는 메인 스타디움이다. 원래 있던 FNB스타디움을 헐고 15억랜드(약 2270억원)를 투입해 9만4700명 규모의 초대형 경기장으로 재탄생했다. 경기장 주변은 휑한 느낌이었다. 다른 건물들이 거의 없었다. 이 경기장 바로 옆에 흑인 집단 거주지역인 소웨토(Soweto)가 있다.

사커 시티는 노란색, 오렌지색, 붉은색 타일로 뒤덮여 있었다. 타일 하나 크기는 1m 정도였다. 둥근 조롱박 모양의 아프리카 전통 그릇 '칼라바시(calabash)'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사커 시티의 관리 책임자인 브라이언 카터는 "사커 시티는 남아공 문화의 '멜팅 팟(다양한 인종이나 문화가 융합되는 장소)'"이라고 했다.

경기장의 특징 중 하나는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나와 그라운드로 들어서는 통로가 길이 70m의 긴 터널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광산도시였던 요하네스버그의 갱도에 착안해 디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터널 속으로 들어가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내부도 어두워 진짜 갱도를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경기장 관리원은 "선수들은 길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며 긴장감을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지대와 소음을 이겨내라

스타디움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 가파른 계단 2개 층을 빠른 속도로 뛰어올라가니 숨이 턱에 차올랐다. 이곳이 고지대(해발 1753m)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요하네스버그는 한국이 예선을 갖는 경기 장소 중 유일한 고지대이다. B조 1차전인 그리스전이 열리는 포트 엘리자베스와 3차전 나이지리아전이 열리는 더반은 해발 10~20m에 불과하다.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동안 머물던 교민 집에서 아이들과 미니 축구를 해 봤다. 2~3분 만에 머리가 어지러워 더는 뛰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고지대에선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심박수가 증가하고 피로가 몰려온다는 말이 실감 났다.

선수들은 고지대 외에도 소음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 경기장 투어를 하던 한 팬이 부부젤라(vuvuzela·남아공의 전통 나팔)를 불자 코끼리 울음소리 같은 것이 났다.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굉음이었다. 부부젤라의 소음도는 113~131데시벨로 청각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경기장 안내를 하던 시톨레씨는 "남아공 현지엔 아르헨티나의 주공격수인 메시 팬들이 꽤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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