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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 만드는 아디다스社를 가다

조선일보 기자I 2009.12.10 08:34:13

둘레 69㎝ '스포츠과학의 옥동자'

네조각짜리 半球 합친 뒤 24시간 굴려주며 최적화

물기 흡수 '0' 완벽한 방수… FIFA규정보다 검사 엄격

▲ 아디다스는 자체 개발한‘로비 레그(Robby leg)’란 로봇으로 공과 축구화의 밀착력, 공 궤적의 정확성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 자블라니는 로비 레그를 이용한 수만 번의 실험을 거쳐 탄생했다

[조선일보 제공] 내년 6월 남아공월드컵의 막이 오르면 한국의 B조 상대인 아르헨티나와 그리스, 나이지리아만큼 팬들의 입에 오르내릴 이름이 공인구 '자블라니(JABULANI)'다.

지난 5일 본선 조 추첨과 함께 공개된 자블라니는 표면에 특수 미세 돌기를 부착해 키커의 발에 공이 착 달라붙게 하고, 수만번의 공기 역학 실험으로 공 궤적의 정확성을 높여 '첨단 과학의 결정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자블라니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검사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올까. 지난달 말 독일 바이에른주 샤인펠트에 위치한 아디다스 축구연구소에서 그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자블라니의 탄생 과정

자블라니의 제조사 아디다스가 공개한 공인구 제작 과정은 '공 안의 공'으로 불리는 본체(inner carcass)와 이를 둘러싼 8개의 패널(panel)을 만드는 두 공정으로 나뉘었다.

본체는 폴리에스테르와 라텍스 혼합물로 구성된 270g의 내피를 우선 만들고, 이 안쪽에 다시 공기주머니(블래더)를 삽입해 완성시킨다. 블래더에 공기가 들어가면 본체는 구형(球形)이 된다. 이후 표면에 패널 접착을 위한 스프레이를 뿌린다.

8개의 패널은 별도로 제작된다. 압축 스펀지인 EVA(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색깔과 무늬 등 공의 외양을 결정할 폴리우레탄 필름을 진공 상태에서 덮는다. 이렇게 해야 기포가 생기지 않는다. 2002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까지는 공의 색깔이 쉽게 벗겨지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중 코팅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아디다스의 설명이었다.

패널은 4개씩 맞춰 2개의 반구(半球)를 만든다. 이후 최적의 접합력이 나오는 섭씨 60도의 조건에서 반구 두 개와 본체를 결합하고 상온에서 식힌다. 반구 2개와 본체는 접착제 무게까지 440g에 맞춰야 한다.

이후 24시간 동안 별도 기계장치에서 공을 끊임 없이 굴려 안정된 최적 상태로 만든다. 일종의 '숙성 기간'인 셈이다.

■테스트를 통과해야 빛을 본다

공이 만들어졌다면 다음 차례는 FIFA(국제축구연맹)의 승인이다. 기자가 축구연구소를 방문한 날 아디다스는 FIFA 기준에 의한 자블라니 검사 과정을 공개했다.

아디다스측은 "스위스의 국제공인 기관에서 검사를 받고 FIFA가 최종 승인을 내렸으며, 공이 출시된 뒤에도 1000개 중 1개꼴로 무작위 수시 테스트를 한다"고 말했다.

수중전에 강한 자블라니의 장점은 수분 흡수력 테스트에서 증명됐다. 물이 담긴 컨테이너 안에서 공을 250회 회전시킨 뒤 무게를 재측정한 결과 변화율 0%의 결과를 냈다. FIFA 기준은 10% 이하다.

임의로 공의 10개 지점을 찍어 원 둘레를 측정하는 테스트에선 기준인 69.0㎝에서 0.2㎝의 오차(FIFA 기준은 68.5~69.5㎝)를 넘지 않았다. 공의 원 둘레가 일정하다는 것은 드리블을 할 때 컨트롤이 용이함을 뜻한다. 이 밖에도 FIFA 기준 무게(420~445g)와 원형 유지력(가장 긴 지름과 짧은 지름의 차가 1.5% 이하), 압력손실(공에 최대한 공기를 채우고 3일 후의 압력 손실이 20% 이하) 실험 등에서도 자블라니는 기준을 거뜬히 통과했다.

아디다스 기술혁신팀의 한스 피터씨는 "FIFA 규정보다 훨씬 엄격한 자체 기준을 자블라니에 적용했다. 자블라니는 현재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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