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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육 KBL 총재 “야구가 쓴 올림픽 신화, 농구도 써야죠”

경향닷컴 기자I 2008.10.14 08:06:47

ㆍ전경기 TV 중계로 ‘팬심’ 잡을터

ㆍ심판교육 최우선 … 논란 없앨 것

ㆍNBA 체험기회 늘려 경쟁력 강화

▲ 지난 9월 취임한 전육 KBL 총재가 스포츠칸과의 인터뷰에서 다가올 2008~2009 시즌을 앞둔 준비과정과 한국프로농구의 비전을 얘기하고 있다.

[경향닷컴 제공] “야구도 했는데 농구라고 못하란 법 있습니까.”

쌀쌀한 가을바람이 분다. 야구의 가을잔치가 끝나면 이젠 농구의 계절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다. 지난달 한국프로농구의 수장인 KBL 총재로 취임한 전육 총재(62)의 일성이 떠올랐다.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에 빗대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농구를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농구의 인기도 하락하고 있는 마당에 허황된 욕심이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에 그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으로 농구의 수준을 높이겠다고 했다.

총재 취임 후 40여일이 지난 뒤 그를 만나봤다.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2008~2009 시즌을 앞두고 분주히 움직이는 전총재는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그의 목표는 변함 없었고 이를 위한 준비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3년간 한국 프로농구를 이끌 전총재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프로농구의 인기 회복과 함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취임 후 40여일이 지났는데 현재까지 파악한 KBL의 모습은 어떤가.

△프로스포츠 단체 중에서 이 정도 자립기반을 갖춘 곳이 있을까 싶습니다. 출범 12년밖에 안됐지만 초창기에 기초를 잘 닦아 놔서 조직이 안정됐고, 재정적 자립기반이 훌륭합니다. 농구 가족이 다른 스포츠에 비해 단합돼 있고, 토토 배당금 수준이 프로 스포츠 중에서 가장 많습니다. 농구에 충성도 높은 마니아가 많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입니다. KBL의 경영과 구단의 발전 등을 위한 여건이 괜찮아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2008~2009시즌 타이틀 스폰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고민일 텐데.

△곧 결정해 발표할 겁니다. 최선책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찾을 수 있는 차선의 방법을 찾고 있는데 잘 될 것 같네요. 지난해 9월 이사회에서 결정된 대로 그해 우승팀이 스폰서가 되는 게 최선인데, 동부구단 쪽에서 그룹의 여러가지 경영상황 등을 이유로 힘들다고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그래서 타협 가능한 현실적인 방법을 찾자고 했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스폰서 액수의 배분을 달리 할 것입니다. 총액 35억원 중 동부가 상당부분을 내고 나머지 구단이 십시일반으로 부담하는 방안입니다. 다른 구단도 사정을 이해하고 있어 잘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겨울 최고의 스포츠로 꼽혔던 농구에 대한 팬의 관심이 예전과 같지 않은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지난 3년간 KBL 경기의 TV 노출도가 확 줄었어요. 그러다 보니 덜 알려지고 상대적으로 경쟁종목으로 관심도가 분산된 것 같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농구대잔치 이후 이렇다 할 큰 스타가 나오지 않은 것과 각 구단이 너무 승부에 집착하다 예기치 않은 사태들이 나오면서 팬을 실망시킨 것 같습니다.

-프로농구의 새로운 중흥을 위한 해결 방안으로 뭐가 있는지.

△우선 TV 노출을 강화할 것입니다. 이번 시즌은 TV로 전 경기를 중계할 것입니다. 지난 시즌은 케이블채널 엑스포츠와 SBS스포츠가 중계했는데, 이번 시즌은 MBC ESPN도 들어옵니다. 그쪽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고 세부적인 절차만 남았습니다. 이번 시즌은 하승진·윤호영·김민수 등 거물 스타가 많아 더욱 다이내믹한 경기를 기대합니다. 재미있는 경기가 다 중계되면 관심도도 많이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광고도 붙고, 구단의 수입도 늘어날 것입니다. 이번 시즌은 그동안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농구의 국제 경쟁력이 약해 팬의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잘 알고 있습니다. 임기 동안 정말 적극적이고 집요하게 할 것입니다. 프로단체인 KBL과 아마추어를 주관하는 대한농구협회(KBA)의 이중구조가 한가지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가는데 저해요인인 것 같습니다. 범농구인이 단합·협조하면 KBL이 중심이 된 대표팀 운영이 될 것입니다. KBO가 중심이 된 야구가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아마추어를 간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뿌리니까 그쪽도 존중할 것입니다.

-대표팀 강화의 구체적 방안은.

△우선 KBL 내에 해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인력을 보강할 것입니다. 상대를 잘 알아야 합니다. 또 대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더 나은 팀과 많이 붙어봐야 합니다. NBA쪽과 더 깊은 관계를 갖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번주에 NBA가 중국 베이징에서 시범경기를 갖는데 그때 NBA 커미셔너와 만나 아시아 투어 때 한국에 올 수 있도록 협의해 볼 생각입니다. 더 나은 농구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겠습니다.

-KBL의 고질적 문제인 판정시비에 대한 해결방안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NBA에도 오심은 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한계에 의해 다 볼 수 없는 부분에서 오심이 나오는데 그 정도는 게임의 한 부분으로 관대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경이 석연치 않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게임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악입니다. 취임 후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이 심판교육 부분입니다. 심판이 엄정하게 판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입니다.

-용병제도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여기 저기 묻고 생각해 보고 있는데 아직은 정답을 모르겠습니다. 용병이 있어야 재미있다는 의견도 있고, 한국 선수의 기량을 저해해 없어져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우선 올시즌을 잘 살펴본 뒤 적절한 수준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농구의 흥미를 반감시키지 않으면서 한국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도록 할 것입니다.

-KBL 총재로서 임기내 꼭 이루고 싶은 포부가 있다면.

△취임사 때 런던올림픽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런던 프로젝트’를 꼭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습니다. 런던에 갈 수 있는 수준이 되면 한국 농구의 수준이 높아지고 팬도 늘어날 것입니다. 결국 농구의 종합적인 파워가 커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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