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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LB 한국야구 다시보기 11]박찬호의 집나간 ‘후광 효과’

한들 기자I 2008.02.16 13:12:08

[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광고학이나 심리학에서 쓰는 말로 ‘후광 효과(Halo Effect)’란 게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두드러지게 좋은 특징이 있으면 그 사람의 다른 면도 모두 좋게 보이고, 반대로 나쁜 특징이 도드라지면 다른 것도 그저 그렇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이름이나 이미지가 발휘하는 힘이나 영향력을 말하는 것이니 ‘이름 효과’라고 해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야구판에서도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TV 중계를 보다보면 투수-타자의 대결에서 흔히 ‘후광 효과’를 만납니다. 투수와 타자 중 한쪽으로 저울추가 기울 경우 무게가 더 나가는 쪽에 유리한 볼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야구인들과 기자들은 “강타자와 명투수는 한 경기에서 스트라이크 한, 두개 정도를 이익보곤 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합니다.

심판도 사람이어서 선입관이란 것을 갖고 있기에 ‘스트라이크라고 해도 되고, 볼이라고 해도 좋은 애매한 상황’에서는 시나브로 ‘후광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거역할 수 없는 경기의 한 부분입니다.

그 가장 좋은 예가 누구인가요. 바로 홈런왕 배리 본즈입니다. 본즈는 지난 2004년 무려 232개의 한 시즌 최다 볼넷과 2302개의 통산 최다 볼넷 신기록을 동시에 세웠는데요.

물론 투수들의 고의적인 승부 기피와 그의 탁월한 선구안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본즈란 이름이 뿜어내는 ‘후광 효과’의 덕을 봤던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코리안 빅리거들에게도 후광 효과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그것을 에누리 없이 보여준 것은 박찬호였습니다. 다만 거꾸로였습니다.

자유계약선수로 텍사스와 계약한 2002년을 분기점으로 박찬호의 후광 효과 손익계산서는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 2005년 8월3일 피츠버그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날 경기는 박찬호가 수모의 텍사스를 탈출해 샌디에이고로 이적해 첫 등판이었습니다.

박찬호는 1회 3실점, 3회 2실점하면서 초반에 일찌감치 무너졌는데요. 몇 개의 볼은 스트라이크를 선언 받아도 타자가 할 말이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부질없는 일이지만 만약 볼로 선언된 몇 개의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더라면 경기 흐름은 뒤바뀌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LA 다저스 전성기 시절에는 심판들의 눈도 속일(?) 정도였는데 텍사스로 이적한 후 4년간 부상과 부진의 늪에서 헤매면서 심판 덕을 보기는커녕 오히려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만 것입니다.

그런데 부정적인 후광 효과가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상대 타자들도 박찬호란 이름 석 자에 전혀 주눅 들지 않는, 확 달라진 현실입니다. 당시(지금도 그렇지만) 메이저리그의 약골 방망이 중 하나인 피츠버그의 상하위 타자들이 가릴 것 없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선 모습은 그 오롯한 방증이었습니다.

싸움에서 시쳇말로 ‘호구 잡혔을 때’ 결과는 보나마나 입니다. 타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들었을 땐 빗맞은 타구도 안타가 되기 일쑤입니다.

이제 박찬호의 이름은 호환도, 마마도, 더더욱 공포도 아닙니다. 올시즌 다저스의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로 다시 도전에 나선 박찬호가 급전직하한 후광 효과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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