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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대표팀, 2008년 여름은 해변에서?

정태석 기자I 2007.11.16 10:17:42
▲ 맥클라렌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 [로이터/뉴시스]

[리버풀(잉글랜드)=이데일리 SPN 정태석 통신원] 오는 21일 크로아티아와 유로 2008 예선 E조 최종전을 앞둔 잉글랜드 대표팀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다. 만약 같은 조의 러시아가 18일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이긴다면 사실상 유로 2008 본선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조 1위를 달리는 크로아티아는 자력 본선 진출을 위해 필요한 승점 1점을 남겨 둔 채 마케도니아, 잉글랜드와의 두 경기를 앞두고 있고, 러시아는 조 2위인 잉글랜드에 승점 1점이 뒤져 있지만, 역시 약체인 이스라엘과 안도라와의 두 경기를 갖기 때문이다. 다른 팀보다 1경기를 먼저 치른 잉글랜드가 크로아티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러시아가 앞으로 있을 두 경기를 모두 이겨 버린다면 예선 탈락의 수모를 당하게 된다.

러시아 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지난 14일 잉글랜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잉글랜드 전에서 승리한 이후 선수들의 사기가 높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2008년 여름을 어쩌면 조용한 해변(?)에서 보내게 될 지도 모를 잉글랜드 대표 팀 선수들과 그 동안 남의 잔치를 구경만 해야 될 처지에 놓인 팬들을 다시 한 번 자극했다.

또 그는 "이스라엘과의 경기를 월드컵 결승전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주문했다"고 밝히고, 이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 뒤에 숨어 있는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 달 모스크바에서 잉글랜드를 이기기 전까지 히딩크 감독이 맡았던 팀들(한국 대표팀을 포함)은 한 번도 잉글랜드 대표팀이나 클럽 팀을 이겨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선수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잉글랜드 전에서의 승리로 인해 얼마만큼 자신감을 회복했는 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최근 사퇴 압력을 포함, 원색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스티브 맥클라렌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 주장인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FC)의 엄호성 발언을 들을 만큼 옹색해 졌다.

제라드는 자신이 모델로 있는 아디다스의 축구화 신제품 런칭 현장에서 "만약 예선 통과를 실패하더라도 그 책임은 선수들에게 있지만,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차라리 선수들을 비난하고, 감독은 비난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런 주문에도 불구하고 유로 2008에서 자국 팀이 보이지 않을 경우,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에서 축구로 얽히고 설킨 관련 사업 단체와 팬들의 실망감 혹은 상실감이 어떻게 표출될 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히딩크 매직'이 여전히 신통하다면, 이틀 후에는 그 반응을 지켜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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