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이영자 논란'에서 더 비판받을 쪽은?

윤경철 기자I 2007.05.11 10:02:16

NHK, 다큐 내용 일부 연출한 관련자 중징계


[이데일리 SPN 윤경철기자] 2001년 지방흡입술을 받고도 운동으로 체중감럄에 성공했다는 거짓말로 인해 공백기를 가졌던 개그우먼 이영자는 최근 방송에서 한 말 때문에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그녀는 6일 방송된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코너 ‘경제야 놀자’에 나와 사업자금을 빌려갔던 모델 이소라가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했다는 다이아몬드 반지의 가격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반지는 가짜로 판명났다.이후 네티즌들을 인터넷을 통해 이소라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이 문제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자 이영자는 9일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제가 감정 받은 반지는 선물받은게 아니라 이소라씨에게서 빼앗다시피 가져온 것”이라며 “방송을 더 재미있게 만들려는 욕심에 과장되게 표현했다”고 사과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절친한 동료에게 가짜 반지를 선물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의 장본인이 됐던 이소라가 10일 이 게시판을 통해 “인터넷을 보다 펑펑 울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소라는 이어 “고마운 일에 대한 답례로 반지를 준 것처럼 내용을 각색한 것은 방송상의 설정이라는 해명을 들었다”며 “한 사람의 이미지를 마음대로 설정해 치명적인 오해를 불러온 방송이 절 참담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 '이영자 거짓말'에 대해 비난 글이 올라온 '일요일 일요일 밤에' 시청자 게시판

이영자의 사과와 이소라의 억울함 호소... 온라인에서는 이영자의 행동을 두고 '또 한번의 거짓말'이라며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영자 못지 않게 비판받아야 하는 쪽은 '경제야 놀자'의 제작진이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코너의 재미를 위해 '설정'이라는 방법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내보냈고, '편집'이라는 테크닉을 통해 진실을 호도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보 제공과 함께 재미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를 표방하는 코너라고 해도 코미디나 허구를 극화하는 드라마가 아닌 이상 거짓을 방송할 수는 없다.

얼마전 MBC 등 지상파 3사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연출을 했다가 방송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른바 '설정'이라는 면죄부를 내세워 내용을 임의로 꾸미는 행동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방송의 내용이 일부라도 거짓으로 판명될 경우 연출자에게 중징계가 내려지고 방송사 대표가 공개사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과거 NHK의 한 다큐멘터리는 이른바 극적인 '그림'을 위해 특정 장면을 연출했다는 이유로 연출자가 해고됐다.  낫토 다이어트를 다룬 간사히TV의 한 프로그램은 방송된 실험이 조작됐다는 이유로 사장을 비롯한 임원 3명의 보수를 삭감하고 제작국장 등 3명을 해직했다. 또 프로그램을 제작한 외주제작업체 사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러나 우리 방송사들은 방송 편성 및 방영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있음에도 문제가 심각해지면 그때서야 외주제작업체에 책임을 넘기고, 그래도 진화가 안되면 사과방송으로 순간의 위기를 넘기곤 했다.

물론 이번 일에 대해 ‘경제야 놀자’ 제작진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을지 모른다.단순히 재미를 위해 연출한 것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확대해석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저것은 당연히 꾸밈없는 사실일거야'라고 믿는 상황에서 그에 대해 충분히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비난을 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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