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1위…'이두나!' 감독 "'수지밖에 없지 않나' 생각했다" [일문일답]

최희재 기자I 2023.10.25 08:51:07
이정효 감독(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이두나!’ 이정효 감독이 배우 수지, 양세종과의 작업 비하인드를 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두나!’가 대한민국의 톱 텐(TOP 10) 시리즈 1위의 자리를 유지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부문 톱 텐 7위에 진입했다. 또한 K콘텐츠 경쟁력 분석 전문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 TV-OTT 통합 화제성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K팝 아이돌 시절을 뒤로 하고 은퇴한 두나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

전 세계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에 힘입어 이정효 감독이 특별한 일문일답을 보내왔다. 이정효 감독은 “‘이두나!’는 처음 느껴본 사랑에 대한 추억 같은 이야기다. 넷플릭스 시리즈는 처음이라 어떻게 보실지 많이 떨린다”며 작품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이정효 감독의 일문일답이다.

이정효 감독(사진=넷플릭스)
-‘사랑의 불시착’ 이후 3년 만에 복귀했는데, ‘이두나!’를 전 세계 190여 개국의 시청자들에게 선보인 소감과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사랑의 불시착’에 대한 반응은 정말 깜짝 놀랐다. 한국의 상황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로맨틱 멜로라고 생각했는데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이 멜로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며 멜로 드라마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두나!’는 ‘사랑의 불시착’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다. ‘사랑의 불시착’이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의 얘기라면 ‘이두나!’는 처음 느껴본 사랑에 대한 추억 같은 이야기다. 서사보다는 감정선이 깊은 드라마라 느끼는 것만큼 재미를 알 수 있는 드라마다.

넷플릭스 시리즈는 처음이라 어떻게 보실지 많이 떨리기는 한다. 내 계정에 즐겨찾기 해 두고 생각날 때마다 보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

-비교적 긴 호흡을 가진 원작 웹툰을 아홉 개의 에피소드 안에 담아내기 위해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시리즈 기획 단계에서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인가.

△“두나와 원준의 판타지 같지만 현실 멜로를 보여주려 했다. 웹툰이 쌓아가는 과정을 9화로 함축해 보여줘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웹툰과 달라진 점이 있긴 하다. 아이돌과 대학생의 연애라는 판타지 같은 이야기를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현실적으로 짚어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되게끔 했고 원준의 시선에서 두나를 따라가면서 두나도 이해하고 원준의 입장도 이해하게 되는 과정들에 중점을 뒀다.

민송아 작가님이 한 번 세트장에 방문해 주신 적이 있는데 대본을 다 읽으셨다고 했다. 조심스럽게 좀 달라졌는데 괜찮냐는 물음에 ‘달라서 좋다’라고 하시더라. 시리즈를 다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수지(사진=넷플릭스)
-로맨스 장르로서 ‘이두나!’만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이전 연출작들과는 다르게 접근하고자 했던 지점이 있었다면 말씀 부탁한다.

△“로맨스 장인은 너무 과분하고... 어쩌다 보니 로맨스가 내 커리어에서 반을 넘기는 했다. 장르물도 반 했고. (웃음)

서사 자체가 크지 않아서 감정의 흐름에 집중했다. 최대한 캐릭터들의 감정에 따라 조명 분위기나 앵글에 변화를 주려고 했다.

이전 작품과 다른 게 있다면 사실 감정에 대한 설명 같은 게 없다. K로맨스가 가진 디테일한 설명을 다 제외했다. 그래서 느끼는 만큼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각자 인물의 감정을 다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수수께끼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 두나와 원준은 분명 상대방에 대한 나의 의지를 계속 주고받고 있다. 그걸 알게 된 순간부터 재미를 느끼는 걸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보면 또 다른 게 느껴지고... 최근에 나도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두나와 원준이 처음 만나는 것부터 애잔하더라. 뒷 내용을 알아서 더 그런 것 같았다.”

-서로 다른 우주에 살던 두나와 원준이 하나의 정류장에 나란히 앉게 되는 과정 속에서 각 캐릭터 설정에 가장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두나에겐 마음껏 표현해도 된다고 했다. 감정의 흐름이 일관되지 않아도 된다. 그게 초반 두나에게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될 거고 또 나중에 그게 두나의 불안이었다는 게 다 이해될 거라고 했다.

원준은 세 여자에 대한 표현이 다 달라야 한다고 강조 또 강조했다. 너의 친절은 인류애 같은 거고. (웃음) 그중에서도 네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표현이 서서히 나오면 된다고 했다.”

수지(왼쪽)과 양세종(사진=넷플릭스)
-배우와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높아 놀랐던 순간을 소개해 준다면.

△“‘과연 이 노래와 춤과 연기를 누가 할 수 있을까?’ 했을 때 ‘수지밖에 없지 않나‘ 생각했다. 노래나 춤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수지 씨가 딱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작업을 하면서는 이두나를 ‘두나를 연기한 수지’로 봐야 할 텐데라는 생각에 조금 더 날 것처럼 연기하길 원했었다. 다행히 수지 씨가 디렉션에 대해 즉흥적으로 몰입감 있게 연기해 주었다. 수지 씨는 처음 같이 작업해 보지만 현장에서 더 놀라운 점들이 많았다.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 타는 걸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길래 나도 부담을 덜어내고 촬영했는데 한번 타더니 너무 무섭다더라. 뭐든 그랬다. ‘괜찮아?’ ‘네! 그럼요! 저 이거 되게 잘해요!’ 근데 그런 게 다 견뎌내는 거더라. 장난으로 ‘허(풍)두나’라고 부르고 그랬다. 첫 촬영 바스트를 찍을 때 ‘이쁘다. 이게 두나지’ 했다.

원준 캐릭터는 원작에서 순수 그 자체였다. 전작들을 봤을 때 양세종 씨와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원준과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 같이 작업을 해보니 하나만 파는 친구더라. 모든 것에 진지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몸에 밴 친구였다. 의외로 애교도 되게 많아서 ‘이 친구가 진짜 순수하구나. 정말 원준 그대로구나’라는 생각이 꽤 많이 들었다.”

-수지와 양세종의 세밀한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데, 두 캐릭터가 서로에게 스며들어가는 감정의 속도와 밸런스를 어떻게 잡아나가고자 했는지. 두 배우에게 특별히 했던 디렉션이나 현장에서 배우들과 어떤 대화를 주로 나눴는지 궁금하다.

△“질문을 많이 했다. 늘 로맨스 장르를 찍을 때 배우들의 의사를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 같다. 대본의 감정선과 배우들이 느끼는 감정선의 두께가 다를 수도 있고 대본의 감정선이 표현하기에 불편할 경우도 있으니까... 운다고 쓰여있어도 우는 감정까지 가기 어려우면 안 울어도 지금의 감정만 표현되면 된다는 식이다. 동선도 배우가 가장 좋은 동선을 대부분 선택한다. 그게 가장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앉을래? 서 있을래?’ 도 물어볼 때가 있다.”

-청춘 로맨스 작품인 만큼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이 많았던 현장이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기억에 남는 촬영장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예전에 ’처음이라서‘ 할 때도 그렇고 이렇게 또래들이 모이면 일단 초반에 친해질 수 있게 같이 수다를 많이 한다. 나와는 나이 차이가 있지만 초반에 스스로 장난을 걸거나 농담을 해서 중간자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들 친해져 있더라. 단, 너무 친해져서 모이면 시끄럽다.”

-화려한 특별출연진도 눈에 띈다. 이진욱, 김선영, 김유미의 캐스팅 비하인드가 있다면.

△“이진욱, 김선영, 김유미 씨와는 전작을 같이 했던 인연이 있다. P 역의 경우 멋진 어른 남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이진욱 씨와는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한 지 10여 년이 지났고 ’로맨스가 필요해‘때 이진욱 씨가 딱 원준이(양세종) 같은 나이였다. 그렇다면 지금 진짜 어른 남자의 연기를 또 다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진욱 씨가 흔쾌히 출연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오랜만에 진욱 씨의 연기를 봐서 너무 반가웠고 즐겁게 촬영했다.

김선영 씨는 사실 처음에 원준의 어머니 역을 부탁드렸는데 김선영 씨가 대본을 보더니 ’두나 엄마가 재밌을 것 같다‘라고 했다. 전 원래 김선영 씨의 독특한 연기를 너무 좋아했기에 그것도 기대가 됐다. 그렇게 두나 엄마 역에 캐스팅하게 되었다.

김유미 씨는 ’무정도시‘ 때부터 워낙 팔색조처럼 연기를 하셔서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상징적으로 연기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이정효 감독(사진=넷플릭스)
-작품을 통해 ‘드림스윗’이라는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켰다. 고아성, 라치카(리안, 시미즈), 자넷서의 캐스팅 비하인드와 ‘드림스윗‘과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혹은 촬영 현장이 있다면.

△“고아성 씨는 초반 ’이두나!‘를 준비할 때 사무실에 우연히 놀러 왔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얘기를 하다가 요즘 방송 댄스를 배우고 있다면서 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내가 보기엔 뻣뻣했다. (웃음) 순간 농담 삼아 ’혹시 아이돌 연기를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했더니 너무 좋다고, 해보고 싶었다고 하더라. 진짜 연습을 많이 했다. 노래도 직접 하고. 본인도 이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했다고 하더라.

리안, 시미즈 씨의 경우, 아이돌 팀 멤버들 캐스팅 전에 안무를 누구한테 맡길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그때 라치카 팀이 떠올랐고 그들이 직접 역할을 소화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에 캐스팅을 제안하게 됐다. 워낙 바쁘신 분들인데 그 와중에도 작품 스케쥴과 뮤직비디오, 안무 연습 등을 모두 소화해주셨다. 재미있는 경험으로 생각하고 참여해주셨을 텐데 고생 많으셨다.

자넷서 씨는 음악 감독님이 극 중 ‘드림스윗’의 곡이 완성된 후 수지 씨 외에 메인 보컬 역할이 한 명 더 있어야 음악적으로 리얼해보일 거 같다고 했다. 사실 아성 씨나 라치카 분들이 노래와 랩을 그렇게 잘 해내리라 생각을 못 했었다. (웃음) 자넷서 씨에게 제가 캐스팅을 부탁했다. 노래는 물론 춤도 동시에 소화해야 해서 처음엔 힘들어했는데 모두가 다 같이 연습도 많이 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드림스윗’ 다섯 명이 다 모이게 된 거다. 이들과 함께 한 일본 공연 장면에서의 감동은 잊히지가 않는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드림스윗’이라는 그룹을 데뷔시킨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설렘과 인물 간 갈등, 시련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신들이 많았는데, 직접 꼽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있다면 말씀 부탁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두나와 인욱 신을 강원도 어느 도로에서 찍었는데 그때 두나가 인욱에게 울부짖는 게 산골에 메아리쳐지는데 모니터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두나와 원준의 고시원 마지막 신... 그 장면의 두 사람의 연기가 끝나고 박수를 쳤다. 대사 부분이 원테이크에 다 오케이 됐었다. 또 지하철 마지막 신… 특히 정말 두나의 ‘맞아?’가 내 가슴을 후벼팠다. (웃음) 또 두나가 떠나고 원준의 가방 맨 뒷모습이 너무 짠해 보여서 계속 놔뒀던 것 같다.”

-엔딩을 두고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시청자들이 엔딩을 어떻게 봐주었으면 하는지 관련한 연출 의도가 있다면 말씀 부탁한다.

△“처음 얘기했던 거처럼 ‘이두나!’를 통해 아이돌 이두나와 대학생 원준의 판타지 같지만 현실 연애를 그리고 싶었다.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누가 알겠나?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든 그들은 다시 만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가는 내내 서로를 기억할 거다. 그리고 그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날이 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연애는 내 삶을, 내 기억을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이두나!’의 오프닝 타이틀 전체를 추억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1부의 두나 나레이션은는 마치 과거를 회상하듯 말한다. ‘네가 그랬지...’

그리고 9부 후반부 지하철은 2023년도가 아닌 미래다.

이건 정답을 말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굳이 얘기하자면 지금 어딘가 살고 있을 두나와 원준이를 응원하는 마음이 더 크지 않나 싶다. 너희가 이렇게 뜨거웠다고.

-수지와 양세종에게 한마디.

△“고맙습니다. 두 분의 두나와 원준은 너무 멋있고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행복한 길만 걷기를…”

-‘이두나!’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하자면.

△“소개라기보다 최근에 작품을 다시 보니 1화 두나와 원준이 만나는 순간부터 뭉클하더라. 이 순간을 저들이 나중에 다시 기억할 거라고 생각하니...”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이두나!’가 어떤 작품으로 다가가길 기대하는지.

△“넷플릭스 계정에 고이 넣어두고 기억날 때마다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작품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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