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2TV 주말극 ‘신사와 아가씨’에서 ‘박단단’으로 열연한 배우 이세희가 31일 서울 광진구 가족엔터테인먼트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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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저에겐 충격적인 사건이었어요.” 최근 종영한 KBS2 주말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의 주역 배우 이세희의 말이다.
31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소속사 가족엔터테인먼트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그는 ‘신사와 아가씨’ 캐스팅 당시를 돌아보며 이 같은 표현을 썼다. 대중에게 존재감을 또렷하게 알리지 못한 상황에서 지상파 드라마 주연으로 발탁됐던 것인 만큼 연기 인생에 있어 ‘충격적인 사건’일 법도 했다.
“강아지와 산책을 하던 중 소속사 대표님께 ‘오디션 붙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면 뇌 정지 순간이 오곤 하잖아요. 그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아서 10초 정도 한마디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어요. 눈물이 핑 돌기도 했고요.”
|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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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희는 연예계와는 동떨어진 평범한 삶을 살았다. 대학 시절 전공도 연기와는 접점이 없는 치위생학이었다. 그랬던 그가 연기에 발을 들인 시기는 스물다섯 살 때였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돈을 빨리 벌고 싶단 생각이 컸어요. 연기는 막연한 꿈일 뿐이었고요. 그러다가 주말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제 모습을 보며 회의감을 느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엄마에게 허락을 받은 뒤 천안에서 서울로 올라와 연기를 시작했어요. 제 인생에 큰 파장이 일어난 시기죠.”
다소 늦은 나이에 연기 분야에 뛰어든 이세희는 데뷔 이후 MBC ‘하얀 까마귀’, JTBC ‘라이브온’, 카카오TV ‘연애혁명’,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차근차근 성장 계단을 밟아왔다. 그리고 데뷔 6년여 만에 ‘신사와 아가씨’ 여자 주인공 박단단이라는 커다란 배역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500 대 1이란 어마무시한 경쟁률을 뚫어낸 결과다.
“원래는 단단이 동생 역으로 1차 오디션을 봤는데, 2차 땐 단단이 역의 대본을 주시더라고요. 어차피 안 될 거니까 마음 편하게 먹고 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더니 연기가 잘 되긴 했어요. 그렇지만 아무도 모르는 저를 정말로 주인공으로 써주실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죠.”
|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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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경 작가가 극본을 쓰고 신창석 PD가 연출한 ‘신사와 아가씨’는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기업 회장인 ‘신사’ 이영국(지현우)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씩씩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아가씨’ 박단단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다뤘다.
이 드라마는 매주 주말 저녁 때마다 전국의 ‘안방 1열’을 뜨겁게 달궜다. 20%대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선을 끊은 뒤 방송 10회 만에 30%대 시청률을 돌파했고, 종영쯤에 다다랐을 땐 최고 시청률이 38.2%(49회)까지 치솟았다.
그런 가운데 이세희의 인기와 인지도 또한 나날이 상승했다. ‘신사와 아가씨’ 출연 후 메인 모델로 나선 광고만 8개라고 하니 높아진 주가가 어느 정도 실감이 난다. 이세희는 “10대와 4~50대 팬이 특이 많이 늘어났다. 데뷔 후 처음으로 팬레터도 받아봤다”며 기뻐했다.
|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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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희는 며칠 전 방문한 한 보험 회사에서 열렬한 환대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응원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까지 준비해뒀다는 것이다. 한발 먼저 방문한 어머니가 한 직원에게 하루 뒤에 올 자신의 딸이 이세희라는 사실을 귀띔하면서 벌어진 일이란다. 이세희는 사진 요청을 하는 직원들 한명 한명과 ‘셀카 타임’을 가졌다며 수줍게 웃었다.
“요즘 식당에 가면 이모님들이 반찬을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시면서 반겨주시더라고요. 놀이터에서 초등학생들이 ‘박 선생 누나다!’ 하면서 쫓아온 적도 있었고요. (웃음). 손 편지를 보내주신 팬분들도 많아요. 어쩜 그렇게 예쁜 말들을 잘 써주시는지. 감동 받아서 냉장고에 붙여둔 편지도 있어요. 종이 하트를 500개나 접어 보내주신 분도 계셨고요.”
|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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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숨만 쉬고 있는 걸 가장 좋아하는 ‘집순이’라는 이세희는 평온하게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며 차기작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시청자들이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가장 짜릿하다는 이세희는 오랜 시간 활동하면서 그와 같은 순간을 자주 마주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저는 이제 시작인 배우라고 생각해요.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며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 배우가 되어야죠. ‘신사와 아가씨’와 단단이를 잘 떠나보냈으니 앞으로는 ‘배우 이세희’를 더 많은 분께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