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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파71)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공동 선두 그룹에 2타 뒤진 단독 6위(5언더파)로 마지막 날 경기에 나선 이정은은 1번과 2번홀(이상 파4)에서 보기와 버디를 주고받은 뒤 9번홀까지 파 행진을 이어갔다.
대회 1~3라운드에 비하면 샷이 조금씩 흔들렸다. 평균 88%를 보였던 드라이브샷의 정확성은 이날 전반에만 두 차례 페어웨이를 놓쳤을 정도로 좋지 못했다. 아이언샷도 자주 그린을 벗어나 버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내지 못했다. 하지만, 딱딱하고 빠르게 변한 그린에서 타수를 잃지 않는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10번홀(파4)에서의 어프로치샷이 분위기를 바꿔 놨다. 두 번째 샷이 그린 뒤로 굴러 내려가면서 쉽지 않은 어프로치를 남겨 놨다. 공이 있는 지점은 그린보다 아래에 있어 거리 조절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홀에선 이날 평균 타수가 4.229타로 나올 정도로 어려웠다. 4라운드에서 버디는 단 4개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보기는 15개, 더블보기는 2개가 나왔다.
위기에서 이정은의 집중력이 빛났다. 그린 밖에서 친 어프로치샷이 깃대를 맞고 홀 바로 옆에 멈춰 파를 잡아 위기를 넘겼다. 곧바로 기회가 찾아왔다. 가장 어렵게 경기 된 11번홀(파3)에서 티샷한 공이 그린 프린지 부근을 맞고 홀 쪽으로 굴러 1.2m 거리에 멈췄다. 공이 조금만 왼쪽으로 갔더라면 큰 벙커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홀과 벙커 사이의 약 3m밖에 되지 않는 공간에 절묘하게 떨어졌다. 완벽한 버디 기회를 만든 이정은은 놓치지 않았고,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분위기를 바꾼 이정은은 이어진 12번홀에서 또 하나의 버디를 추가해 1타 차 단독 선두로 앞서 나섰다. 뒤에서 경기하던 제이 마리 모건(미국)과 셀린 보티에(프랑스)가 타수를 잃으면서 순식간에 2타 차 선두가 됐다.
선두로 앞서 나간 이정은에게 경쟁자는 자신뿐이었다. 버디보다 보기 위험이 더 컸던 코스였기에 실수를 하지 않으면 선두를 지켜낼 가능성이 컸다. 이를 아는 듯 이정은은 더 신중하게 경기했다. 13번과 14번홀(이상 파4)에서 파를 지킨 이정은은 15번홀(파5)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했다. 세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이면서 가볍게 버디에 성공했다. 3홀을 남기고 3타 차 선두로 달아나면서 우승에 더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는 없었다. 이정은은 16번과 18번홀(이상 파4)에서 보기를 해 합계 6언더파 278타로 1타 차 앞선 채 먼저 경기를 끝냈다. 다행히 이정은의 유일한 경쟁자였던 보티에가 18번홀에서 2번째 샷을 벙커로 보냈고, 3번째 샷이 홀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이정은의 우승이 확정됐다.
2017년과 201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왕을 휩쓴 뒤 올해 LPGA 투어로 진출한 이정은은 앞서 8개 대회에 출전해 컷오프 없이 빠른 적응을 보였다. 5월 시작과 함께 열린 메디힐 챔피언십에서는 연장전 끝에 김세영(27)에게 져 아쉽게 준우승했지만, 더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우승을 향해 조금씩 전진하던 이정은은 마침내 9번째 대회에서 기다렸던 첫 우승에 성공했다. 데뷔 후 첫 우승을 US여자오픈에서 장식한 선수는 역대 19번째이고, 2017년 박성현(26)에 이어 2년 만이다. 또 이날 우승으로 1998년 박세리을 시작으로 2005년 김주연, 2008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 2013년 박인비, 2015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이후 한국선수로는 10번째 US여자오픈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우승상금 100만 달러(약 11억9000만원)를 획득한 이정은(135만3836달러·약 16억1300만원)은 고진영을 밀어내고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고, 신인왕 경쟁에서도 1위를 굳게 지켜 2015년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신인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소연(29)은 합계 4언더파 280타를 쳐 공동 2위, 호주교포 이민지(호주)와 박성현(26)은 나란히 1언더파 283타를 적어내 공동 12위에 자리했다. 이 대회에서만 3번째 우승을 노렸던 박인비(31)는 이날만 2타를 줄이면서 합계 이븐파 284타를 쳐 고진영(24)과 함께 공동 16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