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한산악연맹은 “네팔 다울라기리산 구르자히말(해발 7193m) 등반에 나선 김창호 대장을 비롯한 한국인 원정대 5명이 현지시간으로 12일 밤 해발 3500m 베이스캠프에서 갑자기 몰아친 눈폭풍에 따른 산사태에 휩쓸리는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13일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AFP통신 등 외신들은 현지 경찰을 인용해 “한국인들을 포함해 최소 8명이 구르자히말에서 사망했다면서 눈폭풍이 캠프를 덮치면서 사고가 일어났다”며 “주네팔 한국대사관이 이들 원정대 시신을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전했다.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는 지난달 28일부터 11월11일까지 45일 일정으로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을 위해 출정했다.
원정대는 김창호 대장을 포함해 유영직(51·장비 담당), 이재훈(24·식량·의료 담당), 임일진(49·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정준모로 이뤄졌다. 산악연맹 관계자는 “정준모는 애초 원정대 명단에 없었지만 현지에서 합류한 인원인지에 대해 아직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정대는 네팔의 포카라를 경유해 다르방(1070m)~팔레(1810m)~구르자 고개(3257m)~구르자카니 마을(2620m) 등을 거쳐 구르자히말 남면쪽 케야스 콜라(3500m)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한 뒤 남벽 직등 신루트 도전에 나설 예정이었다.
이번 원정대를 이끈 김창호 대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산악인이었다.
서울시립대 산악부 출신인 김창호 대장은 1989년 동계와 1992년 추계 일본 북알프스 원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산과 인연을 맺었다.
특히 2005년 7월 14일 낭가파르바트(8156m)를 시작으로 2013년 5월 20일 에베레스트(8848m)까지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국내 최초로 무산소 완등에 성공하는 업적을 세웠다. 7년 10개월 6일 만에 14좌에 모두 올라 폴란드의 예지쿠크즈카가 보유한 최단 기간 완등기록(7년 11개월 14일)을 1개월 앞당겼다.
김창호 대장은 지난해에도 네팔 강가푸르나(해발 7140m) 남벽 신루트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황금피켈상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3년에는 제14회 대한민국 산악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김창호 대장은 “산에 가지 않는 산악인은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높은 곳만을 보고 왔다면 앞으로는 깊은 곳을 바라보겠습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산악연맹 관계자는 “김창호 대장은 무산소 등정이나 신루트 개척을 통해 실험적인 등반을 해온 산악인으로 존경을 받아왔다.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김창호 대장은 “한시도 히말라야와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약속을 계속 지켰다. 결국 생의 마지막도 네팔 히말라야 8개 봉우리 가운데 7번째로 높은 다울라기리(8167m) 부근에서 맞이하면서 영원한 ‘산사나이’로 남게 됐다.
네팔 현지 전문 수습팀은 14일 오전 대형 헬기를 타고 사고가 발생한 포카라 지역으로 출발한다. 사고 현장이 계곡이기 때문에 전문가로 구성된 수습팀이 헬기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서 장비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