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음악예능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가 오는 20일 종방한다. 유명 가수와 일반인이 듀엣으로 무대를 꾸미는 콘셉트다. SBS는 “11월 방송을 끝으로 ‘판타스틱듀오’ 시즌1이 끝난다”라며 “시즌2 제작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2월9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처음 소개됐을 때 8.4%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4월 17일 정규 편성 이후 5% 내외에 머물렀다. 반등을 노렸으나 신통치 않았다. 유사한 음악프로그램인 MBC ‘듀엣가요제’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추석 파일럿으로 소개된 후 올해 4월 정규 편성됐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방송하고 있는데 시청률은 한자리다. 지난 28일 방송에서 5.4%를 기록했다.
새로 내놓는 음악 프로그램도 부진하다. 시즌2를 맞은 ‘힙합의 민족2’는 이제 겨우 0%대를 벗어났다. 10월 21일 처음 방송한 KBS ‘노래싸움-승부’는 첫 회 5.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가 2회에서 3.9%로 반토막이 났다. 연예인들이 음악감독과 한 조를 이뤄 1대 1 서바이벌 노래대결을 펼치는 포맷이다. ‘판타스틱듀오’나 ‘듀엣가요제’를 살짝 비틀었을 뿐 신선하지 않다.
음악예능프로그램이 차별화에 실패한 것은 다음의 이유에 따른다. △유사한 포맷이 난립한데다 △신선함보다는 스타캐스팅에 집중했으며 △장기적인 안목보다는 시청률 등 단기간의 성과만 노렸다. ‘판타스틱듀오’와 ‘듀엣가요제’는 거의 비슷한 포맷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으나 일주일 차이로 첫 방송된 이후 반년 동안 지속됐다. ‘힙합의 민족2’는 Mnet 힙합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 스타가 된 래퍼들을 기용하는 데 급급했다. ‘슈퍼스타K 2016’는 철지난 오디션 프로그램의 수명연장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최 평론가는 “음악예능프로그램이라고 하나 스타로 인한 화제성, 일반인의 의외성에 초점이 맞춰진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라며 “음악예능프로그램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방송가에서는 ‘자기복제’에 너그러워진 것이 아니냐며 자조했다. 지상파에서 종합편성채널로 이직한 한 PD는 “과거에는 경쟁사에서 히트프로그램을 내놓는다면 이를 따라잡기 위해 새로운 포맷 개발을 서둘렀는데 이제는 유사한 프로그램을 주문한다”라며 “지상파 방송사의 자존심은 ‘슈퍼스타K’의 성공 모델을 따라 ‘케이팝스타’ ‘위대한 탄생’ 등을 내놓았을 때 이미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음악이 주는 감동이 있는 한 ‘음악예능’은 방송가의 스테디셀러다.” ‘히든싱어’를 기획해 대성공을 거뒀던 조승욱 JTBC CP는 음악예능프로그램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점쳤다. 그는 새로운 음악 예능프로그램 ‘팬텀싱어’를 1년여의 준비 끝에 오는 11일 내놓는다. 다소 낯선 4중창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눈에 띈다. 하모니를 통해 클래식과 뮤지컬 그리고 대중음악과의 크로스오버 등을 다양한 장르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 CP는 “쏟아졌던 음악예능프로그램이 정리되어 가고 있지만 ‘복면가왕’처럼 정체성과 독창성이 확실한 프로그램은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라며 “신선한 포맷을 바탕으로 음악의 새로운 면, 감동을 조명한다면 앞으로 나오는 음악예능프로그램도 성공가능성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