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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SK의 홈런은 몇가지 편견을 만들어냈다. 솔로 홈런이 많다는 것과 원정 가면 약해진다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솔로 홈런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SK 내부적으로도 솔로 홈런 스트레스를 받았다. 오죽했으면 농반진반으로 “솔로 홈런 치고 들어오면 세리머니로 반겨주지 말라”는 코치 지시가 내려왔을 정도다.
원정에서 약하다는 건 문학 구장의 규모를 두고 나온 말이었다. 전국 구장 중 가장 작은 편에 속하는 문학 구장에선 홈런을 많이 치지만 홈 구장을 벗어나면 홈런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현재의 SK는 이 같은 편견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있다. 솔로 홈런이 많다는 것도, 원정에선 홈런을 잘 치지 못한다는 것도 모두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5월까지 SK는 실제로 솔로 홈런이 더 많았다. 솔로 홈런이 30개로 가장 많았고 2점 이상 홈런은 26개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6월 이후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솔로 홈런 21개를 치는 동안 2점 이상 홈런은 23개였다. 홈런으로 득점하는 비율이 높은 팀인만큼 홈런으로 다득점을 이끌어 낼 수 있느냐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다. SK가 홈런으로 득점력을 보다 많이 끌어내고 있다는 건 그만큼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홈에서만 잘 터지던 홈런도 이젠 옛말이 됐다.
5월 이전에는 홈에서 34개를 치는 동안 원정에선 22개에 그쳤다. 경기 수 차이는 홈이 5경기 많았을 뿐이었지만 홈런 차이는 그 배 이상으로 났다.
하지만 6월 이후 SK는 달라졌다. 홈 구장에서 17개를 치는 사이 원정에선 27개의 홈런을 쳤다. 원정 경기 수는 4경기가 많을 뿐이다.
SK의 원정경기 홈런 증가는 매우 유의미한 변화다. 홈 구장에서 얻은 자신감이 규모가 큰 원정 구장에서도 파워로 이어지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 위원은 “SK 타자들의 스윙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홈 구장에서의 홈런이 욕심이 아닌 자신감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SK의 홈런은 앞으로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포 군단으로 변신하겠다던 SK의 선언은 시즌 초반 어색함을 채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제법 옷 태가 나기 시작했다. 원정 경기서 멀티 홈런을 많이 뽑아내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