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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KBS2 ‘힐러’를 끝내고 만난 지창욱은 이를 ‘자산’으로 여겼다. 2008년 영화 ‘슬리핑 뷰티’로 데뷔해 연기한 지도 만 7년. 배우로서 눈을 뜨게 한 첫 번째 계기로 ‘솔약국집 아들들’ 촬영을 꼽았다.“협업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알게 해 줘서”다.사람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아버지벌되는 까마득한 선배인 백일섭(71)과 함께했던 술자리 얘기를 할 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백일섭은 지난해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촬영차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날 때도 소주를 챙긴 애주가로 유명하다.
“‘솔약국집 아들들’ 대본 리딩을 매주 금요일에 했는데 끝나고 매번 술자리가 있었어요. 그 공기가 아직도 생생해요. 팀의 막내라 방송사 인근 술자리 장소 섭외를 제가 했거든요. ‘어머니, 8명이요’라면서요. 술집에 가면 백일섭 선생님은 항상 소주를 각얼음이 담긴 유리잔에 따라 레몬을 짜 드셨어요. 손현주 선배님 등과 함께 한 자리였는데 분위기가 참 좋았죠. (이)필모형, (조)진웅이형 , (한)상진이 형 웃고 떠드는 모습도 생생해요. 밥도 거의 함께 먹었거든요. 진짜 형들 같았죠. 술자리 끝나면 형들이 5만 원 주며 택시비도 챙겨줬거든요, 하하하.연기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 힘들었을 때 형들의 따뜻한 조언이 정말 힘이 많이 됐어요.”
혼자 돋보여야 살아남는 게 연예인이다. 서른도 안 된 배우가 팀워크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 이유는 뭘까.
“시청률과 관객수 등 작품의 성패 물론 중요하죠. 그런데 드라마는 고통스러운 게 촬영할 때 시청률이 나와요. 시청률이 떨어지면 그 결과를 보면서 밤을 새우며 촬영을 하죠. 그래서 분위기가 중요하더라고요. 즐거운 현장이 중요하단 걸 알게 된 거죠. 이번 ‘힐러’도 시청률이란 결과를 떠나 작업 현장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해 준 작업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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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독립영화를 찍은 뒤 뮤지컬을 했는데 별 욕을 다 들었죠. 연기 못 한다고요. 학교에 돌아가 연습실에 살았죠. 그 때 아크로바틱을 배웠어요. 백 덤블링 연습도 하고요. 몸 쓰는 연습을 많이 해 두면 나중에 뮤지컬이나 연극을 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죠.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요.”
지창욱은 얌전한 듯 보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년이었다. “남자 고등학교에 다닐 때 볼일이 급해 화장실까지 벌거벗고 뛴 적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엉뚱했다는 소리다. 연기로 대학 진학의 방향을 잡은 것도 돌발적이었다. 지창욱은 고등학교 때 반에서 5등도 했다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때 성적은 고만고만했어요. 꾸준히 공부했다면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들어갔을 정도였죠. 갑자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가라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죠. 공부는 하기 싫어졌고요. 대학 전공을 연극영화과로 정했을 때 어머니와의 전쟁이 시작됐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들기도 했고, 가출도 했고요. 결국, 부모님께서 제 뜻을 받아들여 연영과(단국대)로 진학을 했죠.”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지창욱은 연예계 데뷔 때부터 함께 한 소속사와 최근 재계약을 맺었다. 예민할 것 같았지만, 되레 털털했다. 입대 얘기를 묻자 되레 “재미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내년 초에는 갈 거 같아요. 주위에서 늦은 나이에 입대해 더 걱정하는 데 전 걱정 안 해요. 거부감도 없고요. 남자들만 다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와서인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서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고요. 그 안에 한 두 작품을 더 할 수도 있을 텐데 이제부터 고민해봐야죠. 여러 작품이 들어왔는데 신중하게 선택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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