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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레몬" 지창욱, '꽃할배' 백일섭과의 추억(인터뷰)

양승준 기자I 2015.02.23 06:59:55

국민아들? 액션배우로
KBS2 드라마 '힐러'서 연기변신

지창욱(28)은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청년이다. 작품을 끝낸 뒤 휴식의 즐거움으로 든 건 지인들과의 술자리였다. 최근 KBS2 드라마 ‘힐러’를 마치고 그가 찾은 곳은 서울 대학로. 연극 ‘맨 프롬 어스’에 출연하는 이원종·서이숙 등 선배들의 공연을 보고 뒷풀이 자리까지 함께 해 술잔을 기울였다. “연예계 데뷔 전 망치질해가며 무대를 만들었어요. 문종원·박해수는 대학교 선배기도 하고요. 공연 끝나고 소주 한 잔 하며 작품 얘기를 할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솔약국집 아들들’(2009)·‘웃어라 동해야’(2010). 배우 지창욱(28)의 얼굴을 알린 드라마들이다. 일일극과 주말극과 인연이 깊다. 이 덕에 지창욱은 40대 이상 배우들과의 추억이 많다.

최근 종영한 KBS2 ‘힐러’를 끝내고 만난 지창욱은 이를 ‘자산’으로 여겼다. 2008년 영화 ‘슬리핑 뷰티’로 데뷔해 연기한 지도 만 7년. 배우로서 눈을 뜨게 한 첫 번째 계기로 ‘솔약국집 아들들’ 촬영을 꼽았다.“협업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알게 해 줘서”다.사람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아버지벌되는 까마득한 선배인 백일섭(71)과 함께했던 술자리 얘기를 할 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백일섭은 지난해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촬영차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날 때도 소주를 챙긴 애주가로 유명하다.

“‘솔약국집 아들들’ 대본 리딩을 매주 금요일에 했는데 끝나고 매번 술자리가 있었어요. 그 공기가 아직도 생생해요. 팀의 막내라 방송사 인근 술자리 장소 섭외를 제가 했거든요. ‘어머니, 8명이요’라면서요. 술집에 가면 백일섭 선생님은 항상 소주를 각얼음이 담긴 유리잔에 따라 레몬을 짜 드셨어요. 손현주 선배님 등과 함께 한 자리였는데 분위기가 참 좋았죠. (이)필모형, (조)진웅이형 , (한)상진이 형 웃고 떠드는 모습도 생생해요. 밥도 거의 함께 먹었거든요. 진짜 형들 같았죠. 술자리 끝나면 형들이 5만 원 주며 택시비도 챙겨줬거든요, 하하하.연기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 힘들었을 때 형들의 따뜻한 조언이 정말 힘이 많이 됐어요.”

혼자 돋보여야 살아남는 게 연예인이다. 서른도 안 된 배우가 팀워크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 이유는 뭘까.

“시청률과 관객수 등 작품의 성패 물론 중요하죠. 그런데 드라마는 고통스러운 게 촬영할 때 시청률이 나와요. 시청률이 떨어지면 그 결과를 보면서 밤을 새우며 촬영을 하죠. 그래서 분위기가 중요하더라고요. 즐거운 현장이 중요하단 걸 알게 된 거죠. 이번 ‘힐러’도 시청률이란 결과를 떠나 작업 현장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해 준 작업이었고요.”

지창욱이 출연한 드라마들. ‘웃어라 동해야’ ‘솔약국집 아들들’과 최근작인 ‘힐러’(사진=KBS 및 김종학프로덕션).
지창욱은 ‘힐러’로 연기의 폭을 넓혔다. 극 중 서정후 역을 맡아 부모에게 버림받은 슬픔을 안고 살면서도 겉으로는 유쾌한 심부름꾼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액션 연기도 강렬했다. 맨손으로 건물이나 담장을 뛰어넘는 야마카시 장면이 대표적.‘솔약국집 아들들’·‘웃어라 동해야’ ·‘기황후’(2014) 등에서 보여준 유약하고 여린 청년은 없었다. 지창욱에 ‘철봉 액션 연기’ 등을 지도한 정두홍 무술감독이 “액션전문 배우 같다”고 했을 정도. 알고 보니 홍안의 청년은 데뷔 전 “아크로바틱(곡예)를 배웠다”고 했다.

“대학교에서 독립영화를 찍은 뒤 뮤지컬을 했는데 별 욕을 다 들었죠. 연기 못 한다고요. 학교에 돌아가 연습실에 살았죠. 그 때 아크로바틱을 배웠어요. 백 덤블링 연습도 하고요. 몸 쓰는 연습을 많이 해 두면 나중에 뮤지컬이나 연극을 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죠.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요.”

지창욱은 얌전한 듯 보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년이었다. “남자 고등학교에 다닐 때 볼일이 급해 화장실까지 벌거벗고 뛴 적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엉뚱했다는 소리다. 연기로 대학 진학의 방향을 잡은 것도 돌발적이었다. 지창욱은 고등학교 때 반에서 5등도 했다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때 성적은 고만고만했어요. 꾸준히 공부했다면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들어갔을 정도였죠. 갑자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가라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죠. 공부는 하기 싫어졌고요. 대학 전공을 연극영화과로 정했을 때 어머니와의 전쟁이 시작됐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들기도 했고, 가출도 했고요. 결국, 부모님께서 제 뜻을 받아들여 연영과(단국대)로 진학을 했죠.”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지창욱은 연예계 데뷔 때부터 함께 한 소속사와 최근 재계약을 맺었다. 예민할 것 같았지만, 되레 털털했다. 입대 얘기를 묻자 되레 “재미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내년 초에는 갈 거 같아요. 주위에서 늦은 나이에 입대해 더 걱정하는 데 전 걱정 안 해요. 거부감도 없고요. 남자들만 다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와서인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서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고요. 그 안에 한 두 작품을 더 할 수도 있을 텐데 이제부터 고민해봐야죠. 여러 작품이 들어왔는데 신중하게 선택하려고요.”

배우 지창우과 백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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