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훈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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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집에 돌아가서 후회할 영화를 찍고 싶지 않았다. 7년 반 정도 됐는데 그 중에 시나리오를 구상한 게 6년 정도 된 것 같다. 그 동안 이 작품 외엔 생각하지 않았다. 항상 즐겁지 않았지만 끝은 보일 것 같았다. 희미하더라도 밤을 밝히는 건 초하나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많은 반대나 장애도 있었지만 내가 재미있었기에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초 하나로 등대의 빛을 비추지 않았나.”
김성훈 감독의 작의는 이 영화 자체였다. ‘끝까지 간’ 김성훈 감독이 만든 ‘끝까지 간다’가 제 67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초에서 등대가 된 ‘끝까지 간다’가 현지에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끝까지 간다’는 이선균과 조진웅이 주연한 작품. 건수(이선균 분)라는 한 남자가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내게 되고 이후 또 다른 남자인 창민(조진웅 분)과 쫓고 쫓기는 내용을 담은 범죄, 코미디, 액션 영화다.
| ‘끝까지 간다’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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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감독은 18일(이하 현지시각) 오후 1시 20분께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 인근에 위치한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E)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이날 오전 9시 전 세계 매체를 상대로 한 프레스 스크리닝 이후 박수갈채와 호평 세례를 받은 김성훈 감독은 “꿈은 잘 때만 꾸는 건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칸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 김성훈 감독이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속 ‘양손 제스쳐’는 김성훈 감독의 전형적인 포즈다.(사진=쇼박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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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점심 시간을 갖고 재회한 김성훈 감독은 다시 차분한 모습이었다.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블랙 유머는 김성훈 감독의 캐릭터와 여전히 닮아있었다.
김성훈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해서 살짝 봤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 웃을 부분이 아닌데 ‘빵’ 터지더라. 번역을 잘 해주신 것 같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나 이해할 만한 것들도 있었는데, 이 분들도 받아들여줬다는 게 신기하더라. 공무원 이야기가 특히 그랬는데, 프랑스 기자한테 여쭤봤더니 ‘이곳 공무원도 무탈하게 정년 퇴직하는 게 꿈이다’고 다 똑같더라고 얘기하더라”며 웃었다.
| ‘끝까지 간다’ 스틸.(사진=쇼박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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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그만의 ‘블랙유머’로 통하는데 성공했다. 평단의 반응도 ‘블랙 코미디’라는 부분에 집중한 부분이 있고 시사회 반응에서도 웃음이 곳곳에서 터졌다.
김성훈 감독은 “웃음에 대한 욕망은 크다. 웃음이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의외의 장면에서 웃는다는 게 좀 의아하긴 했지만 계속 지켜봐야겠다. 코미디 영화로 포장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좋다. 영화의 본질만 변하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설명했다.
| 김성훈 감독(오른쪽)이 칸 영화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강민정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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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감독은 칸을 즐기고 있었다. “처음 놀이공원에 놀러온 것 같은 어린 시절에 느꼈던 그런 기분이다”는 것. 이번 칸 초청을 계기로 다음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영향을 받지 않을까 궁금했지만 “그게 한다고 될까”라며 눙쳤다. 김성훈 감독은 “이걸 통해서 뭘 하겠다는 생각은 좀 위험할 것 같다”며 “‘끝가지 간다’를 처음 할때 생각했던 ‘재미있을 것 같다, 조금은 차별화가 될 것 같다’는 초심만 지키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성훈 감독은 이날 오후 5시 30분 칸에 위치한 JW메리어트 호텔 내 극장에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스크리닝에 참석한다. 830여석의 극장으로 얼마나 많은 관객이 ‘끝까지 간다’에 반응할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성훈 감독은 21일까지 칸에서 머문 뒤 귀국한다. 29일 국내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