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 "각본 치밀하게 짰는데..사라진 엔딩 아쉬워"(인터뷰)

최은영 기자I 2014.05.13 07:55:39

'표적' 비리형사 송 반장 역 맡아 살 떨리는 악역 연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마치고 네 번째 칸 방문

영화 ‘표적’에서 광역수사대 팀장이자 비리 형사인 송반장 역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유준상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류승룡, 이진욱, 김성령, 조여정, 조은지 그리고 유준상.

영화 ‘표적’(감독 창감독·제작 바른손, 용필름) 포스터에 적힌 주연배우 이름이다. 순서대로 하면 ‘표적’은 류승룡의 영화다. 하지만, 극장을 나설 때에는 이 사람의 이름을 가장 먼저 기억하게 된다. 비리 경찰 역할을 맡은 배우 유준상(45)이다. 유준상은 영화 초반 한차례 얼굴을 비췄다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데, 뿜어내는 카리스마가 류승룡을 압도한다.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송 반장은 단어 하나로 쉽게 표현되지 않는다. 목표에 중독된 사람과 광기 어린 사이코패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부드러운 미소 뒤에 야비함을, 지질한 웃음 뒤에 치밀한 계산을 숨겨놓고 상황에 따라 다른 얼굴을 툭툭 내보인다. 그간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이어서 더 섬뜩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말하자면 그는 ‘표적’의 ‘히든카드’이자 ‘신의 한 수’였다.

“이번 작품은 이상하게 반응이 바로바로 오더라고요. 마치 드라마처럼요. 영화로 이런 경험은 아마도 처음이지 않나 싶어요. ‘관심이 많구나!’ 했습니다. 어렵게 선택한 작품인데 기분 좋아요. 감사하고요.”

그를 만난 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다. 역할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인터뷰를 영화 개봉 이후로 미뤄온 터였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사건으로 앞서 예정됐던 류승룡, 이진욱 등 주연배우 인터뷰가 모두 취소돼 결과적으로는 매체 인터뷰에 나서 영화를 소개하는 유일한 배우가 됐다.

인터뷰가 있던 날, 삼청동 인근에는 경찰 버스가 골목마다 줄지어 서 있었다. KBS 보도국장의 발언에 성난 유가족이 대통령을 만나겠다면서 아이들의 영정을 들고 청와대 인근에서 경찰과 밤샘 대치 중일 때였다. 유준상은 “아이를 둔 부모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라면서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심의 문제로 편집돼 잘려나간 장면들을 이야기했다.

“청소년관람불가에서 15세 이상 관람 가로 재편집되는 과정에서 없어진 장면이 많아요. ‘각본 짜는 형사’라는 캐릭터에 맞게 연기 각본 역시 치밀하게 짰는데 말예요. 원래 엔딩은 송 반장이 경찰 조사를 받으며 먹이사슬의 꼭대기인 윗선을 가리키는 거였어요. 그러다 경찰이 준 물을 마시고 죽임을 당하죠.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윗선이 잡히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요즘 같은 시대에 시사한 바가 적지 않은데 아쉬움이 큽니다.”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원작으로 한 ‘표적’은 오는 14일 개막하는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상영을 앞두고 있다. 칸 현지에선 편집되기 이전 감독판이 상영될 예정이다.

유준상은 영화의 연출을 맡은 창 감독, ‘각본 짜는 형사’ 송 반장과 대척점에서 진실에 맞서 싸우는 형사 영주 역의 김성령과 함께 다시 칸 영화제를 방문한다.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 ‘북촌방향’ ‘다른 나라에서’로 칸을 찾은 이래 네 번째다.

“운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30대 초반에 니스로 여행을 갔을 때에도 칸은 지척에 두고도 안 갔었거든요. ‘배우로 초청받아 가야지’ 하는 생각에. 그런데 벌써 네 번째예요. 홍상수 감독님 덕분이죠. 이번에는 ‘표적’ 상영이 영화제 후반부로 밀리며 참석할 수 있게 됐어요. 현재 출연 중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마치고 바로 출국합니다.”

영화 ‘표적’은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린 남자 여훈(류승룡 분)을 중심으로 아내를 구하기 위해 그를 도와야 하는 의사 태준(이진욱 분), 이들을 쫓는 두 형사 송반장(유준상 분)과 영주(김성령 분)의 36시간 동안의 추격을 그린 액션 영화다. 지난달 30일 개봉해 12일까지 210만 관객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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