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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 서영이‘가 화제다. 시청률도 방송 8회 만에 30%를 넘어섰다. 시청률 50%에 육박했던 전작 ‘넝쿨째 굴러 온 당신’과 비슷한 시청률 추이다. ‘내 딸 서영이’는 무능한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 부녀의 연을 끊어버린 딸과 그런 딸을 감싸 안으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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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현실 속 아버지들의 드라마를 향한 관심이 적잖다는 것이다.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사위를 위해서 차에 뛰어든 장인어른. 30대에 그 장면을 봤다면 유치하고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삼재의 나이가 된 지금은 그 장면이 너무 눈물이 난다’(시청자 정석*) 등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내 딸 서영이’는 남성 40~50대 평균 시청률이 11.8%(1~14회,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에 달했다. 올 상반기 종영된 ‘광개토태왕’의 40~50대 남성 평균 시청률이 9.3%. 중년 남성들이 정통 사극보다 ‘내 딸 서영이’를 더 즐겨 봤다는 소리다. 문보현 ‘내 딸 서영이’ 책임프로듀서는 “남성 40~50대 중년층은 일반 드라마보다 정통 사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내 딸 서영이’의 중년 남성 시청자들 사이 반향이 적지 않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내 딸 서영이’ 중년 남성의 일그러진 자화상
극 중 이삼재는 ‘고개 숙인 가장’이다. 그는 가정을 제대로 부양하지 못해 딸에게 미움을 받는 아버지다. 하지만, 딸을 향한 부정(父情)만은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다. 천륜을 부정하고 결혼한 딸의 뒤에 숨어 자식의 행복을 지켜보는 모습은 애처롭다. 사위를 대신해 교통사고까지 당하는 모습은 절절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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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드라마인 KBS2 ‘울랄라부부’와 MBC ‘엄마가 뭐길래’ ‘아들 녀석들’ 등이 그 예다.
정덕현 방송평론가는 “‘내 딸 서영이’의 미덕은 아버지와 딸이 처한 갈등 상황을 이해시키면서 정을 부각하는 점이 자극적인 분노의 힘에만 기대려는 ‘막장드라마’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또 가부장적인 아버지, 고개숙인 아버지, 버림 받은 아버지 등 다양하게 현실의 아버지를 그린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 때문에 드라마를 찍는 천호진의 사명감도 높다.
천호진은 “‘내 딸 서영이’를 통해 부모는 왜 부모이고 자식은 왜 자식인가에 대해 나도 많이 생각했다”며 “내가 느낀 아버지의 심정을 드라마 속에 그래 낼 것”이라 말했다.
이런 아버지의 이야기는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중년 남성 시청자들을 자연스럽게 안방극장으로 끌어들였다. IMF 외환위기 후 안팎으로 설 곳을 잃은 아버지들. 이들이 겪고 있는 삶의 애환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우리의 현실이라 특별하지 않아도 몰입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우리 시대가 외면하고 소외시켰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보기 드문 드라마”라며 “못난 부모로서 자식에 대한 미안함과 절망감을 현실에 맞게 잘 표현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