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하고 시·공간 초월…대중문화 `C세대`를 잡아라!

양승준 기자I 2012.05.04 08:59:26

서사 파괴 `온라인 문화` 대중문화 주류로
주 소비층 `사이버 세대` 공략
`런닝맨`·`코빅`·`라스` 등 편집·아이템으로 다양하게 활용
샤이니는 `합성 문화` 흡수
온라인 문화 경험 못한 중년층 `소화불량` 부작용도

▲ SBS `런닝맨`과 tvN `코미디 빅리그` 게임폐인 그리고 SBS `옥탑방 왕세자` 등은 시·공간을 뛰어 넘는데 익숙한 온라인 문화의 정수가 담겨 있다.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04일자 36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사례1. `공간을 지배하는 자` `시간을 지배하는 자`. 유재석·하하 등은 SBS `일요일이 좋다` 코너 `런닝맨`에서 초능력자로 변신했다. 게리는 분신술까지 썼다. `런닝맨` 애시청자인 이다정 씨(28)는 "초능력 편은 `런닝맨`의 정수"라고 호응했다.

사례2.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 슬립`이 드라마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SBS `옥탑방 왕세자`와 tvN `인현왕후의 남자`가 그 예. 이 외에도 MBC `타임슬립 닥터진`과 SBS `신의`도 방송을 앞두고 있다. 두 드라마는 현대 의사가 조선시대로 가 현대의술을 발휘한다는 내용이다.

사례3. tvN `코미디 빅리그2` 우승팀인 `라이또(양세형, 이용진, 박규선)`. 세 개그맨은 온라인 RPG(Role Playing Game, 역할분담게임)를 적극적으로 개그에 녹였다. "세요나프레" 대사에 게임 주문까지 활용했다. "시르다(싫다)" "조으다(좋다)" 등 온라인 채팅 용어를 써 `깨알 웃음`을 사기도 했다.

온라인 문화의 `대중문화 공습`이 시작됐다. 유행에 민감한 방송가에는 온라인 문화가 프로그램 속에 꽃을 피웠다. 가요계도 온라인 문화에 젖어들고 있다. 마니아적인 문화 코드로 여겨졌던 온라인 문화가 주류 문화로 떠올랐다. 인터넷 세상에서 자란 10~30 사이버 세대(Cyber Generation)가 대중문화 주 소비층으로 떠올라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콘텐츠 제작이 활발하다는 평이다.

온라인 문화는 비순차적이다. 인터넷 안에서는 시·공간을 자유롭게 뛰어넘는다. 인터넷 속 링크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도 있다. 때문에 사이버 세대는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상황에 익숙하다. 그래서 가상과 현실을 섞은 페이스 다큐 등에 대한 저항도 적다. 유세윤이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였다는 상상에서 시작한 Mnet `UV신드롬`은 가상과 현실을 아슬아슬하게 줄 타며 화제를 모은 이유다.
▲ 그룹 샤이니와 KBS2 `개그콘서트-꺾기도` 그리고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도 온라인 문화의 특성을 잘 담고 있는 콘텐츠다.
서사의 파괴. 이는 빼놓을 수 없는 온라인 문화의 특징 중 하나다. 인터넷 세대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사진 등에 친숙하다.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는 `정재승+진중권 크로스`란 저서에서 "인터넷 등 매체 환경 변화로 신세대들의 지각방식이 달라졌다"며 "서사보다 순간마다 튀어나오는 이미지의 돌발을 즐긴다"고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예능도 이야기와 이미지의 급반전이 있어야 인기다. KBS2 `개그콘서트`에서 짧은 호흡의 말장난 개그를 하는 `꺾기도` 등이 주목을 받은 이유다. 드라마 호흡도 빨라졌다. `옥탑방 왕세자` 등 타임 슬립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상황별로 해프닝이 나온다. 정성효 KBS 드라마국 부국장은 "젊은 시청자는 이야기 전개와 웃음의 주기가 빠른 드라마를 선호한다"며 "그래서 요즘 로맨틱 코미디물이 타입슬림 소재를 많이 다루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노래에서도 온라인 문화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샤이니 새 앨범 `셜록`은 퍼즐 같다. 두 노래를 합치면 새로운 노래가 탄생한다. 수록곡 `클루`와 `노트`의 멜로디를 섞으면 타이틀곡 `셜록`이 된다. 이뿐이 아니다. `클루`와 `노트`의 가사를 엮으면 `셜록`의 노랫말이 `완성` 된다. 둘 이상의 것을 합쳐 하나를 이룸. 바로 `합성`은 사이버 세대가 즐기는 놀이다. 샤이니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합성의 방식을 사용한 `셜록`은 마케팅적으로도 온라인 세대에게 친숙하면서도 더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능 편집에서도 `합성`의 활용은 두드러진다. MBC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가 그 예다. `라디오스타`는 출연자에게 양·물개·개 등 여러 동물 CG(Computer Graphic)를 입혀 합성의 재미를 살렸다. 게스트가 토크 중 썰렁한 농담을 하면 CG로 찬물을 끼얹는 장면을 삽입해 시각적인 웃음을 부각했다. 정다히 `라디오스타` PD는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도록 만화적인 효과를 내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박준수 `UV신드롬` PD는 "온라인 세대에게 합성은 일상"이라며 "`합성 코드`는 편집뿐 아니라 방송 아이템으로도 자연스럽게 활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문화를 품은 대중문화에 대한 후유증도 적잖다.

40대 이상의 중년층에게 프로그램 속 온라인 문화 코드는 `소화불량`이다. 드라마· 예능 속 어법이 낯선 탓이다. 주부 조민숙 씨(54)는 "`런닝맨`과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은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고 난감해했다. 방송 자막에 쓰이는 인터넷 용어는 이들에게 `외계어`나 다름없다.
 
방송평론가 김교석 씨는 "온라인 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런닝맨` 등이 문법이나 장르가 낯설어 외면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온라인 문화 득세에 대한 반작용으로 영화 `건축학 개론`과 MBC `나는 가수다` 같이 중년층이 편히 볼 수 있고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예지 KBS `안녕하세요` PD는 "온라인 문화는 젊은 시청자를 포섭하기 위해 방송가에서 외면할 수 없는 트렌드이지만 중·장년 층도 시청률 측면에서 중요한 존재"라며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 등 다채널 시대인만큼 미디어도 젊은 시청층을 잡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온라인 문화를 흡수하던가 아니면 그 반대로 가던가 선택과 집중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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