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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04일자 36면에 게재됐습니다. |
사례2.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 슬립`이 드라마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SBS `옥탑방 왕세자`와 tvN `인현왕후의 남자`가 그 예. 이 외에도 MBC `타임슬립 닥터진`과 SBS `신의`도 방송을 앞두고 있다. 두 드라마는 현대 의사가 조선시대로 가 현대의술을 발휘한다는 내용이다.
사례3. tvN `코미디 빅리그2` 우승팀인 `라이또(양세형, 이용진, 박규선)`. 세 개그맨은 온라인 RPG(Role Playing Game, 역할분담게임)를 적극적으로 개그에 녹였다. "세요나프레" 대사에 게임 주문까지 활용했다. "시르다(싫다)" "조으다(좋다)" 등 온라인 채팅 용어를 써 `깨알 웃음`을 사기도 했다.
온라인 문화의 `대중문화 공습`이 시작됐다. 유행에 민감한 방송가에는 온라인 문화가 프로그램 속에 꽃을 피웠다. 가요계도 온라인 문화에 젖어들고 있다. 마니아적인 문화 코드로 여겨졌던 온라인 문화가 주류 문화로 떠올랐다. 인터넷 세상에서 자란 10~30 사이버 세대(Cyber Generation)가 대중문화 주 소비층으로 떠올라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콘텐츠 제작이 활발하다는 평이다.
온라인 문화는 비순차적이다. 인터넷 안에서는 시·공간을 자유롭게 뛰어넘는다. 인터넷 속 링크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도 있다. 때문에 사이버 세대는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상황에 익숙하다. 그래서 가상과 현실을 섞은 페이스 다큐 등에 대한 저항도 적다. 유세윤이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였다는 상상에서 시작한 Mnet `UV신드롬`은 가상과 현실을 아슬아슬하게 줄 타며 화제를 모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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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서도 온라인 문화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샤이니 새 앨범 `셜록`은 퍼즐 같다. 두 노래를 합치면 새로운 노래가 탄생한다. 수록곡 `클루`와 `노트`의 멜로디를 섞으면 타이틀곡 `셜록`이 된다. 이뿐이 아니다. `클루`와 `노트`의 가사를 엮으면 `셜록`의 노랫말이 `완성` 된다. 둘 이상의 것을 합쳐 하나를 이룸. 바로 `합성`은 사이버 세대가 즐기는 놀이다. 샤이니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합성의 방식을 사용한 `셜록`은 마케팅적으로도 온라인 세대에게 친숙하면서도 더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능 편집에서도 `합성`의 활용은 두드러진다. MBC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가 그 예다. `라디오스타`는 출연자에게 양·물개·개 등 여러 동물 CG(Computer Graphic)를 입혀 합성의 재미를 살렸다. 게스트가 토크 중 썰렁한 농담을 하면 CG로 찬물을 끼얹는 장면을 삽입해 시각적인 웃음을 부각했다. 정다히 `라디오스타` PD는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도록 만화적인 효과를 내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박준수 `UV신드롬` PD는 "온라인 세대에게 합성은 일상"이라며 "`합성 코드`는 편집뿐 아니라 방송 아이템으로도 자연스럽게 활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문화를 품은 대중문화에 대한 후유증도 적잖다.
40대 이상의 중년층에게 프로그램 속 온라인 문화 코드는 `소화불량`이다. 드라마· 예능 속 어법이 낯선 탓이다. 주부 조민숙 씨(54)는 "`런닝맨`과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은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고 난감해했다. 방송 자막에 쓰이는 인터넷 용어는 이들에게 `외계어`나 다름없다.
방송평론가 김교석 씨는 "온라인 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런닝맨` 등이 문법이나 장르가 낯설어 외면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온라인 문화 득세에 대한 반작용으로 영화 `건축학 개론`과 MBC `나는 가수다` 같이 중년층이 편히 볼 수 있고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예지 KBS `안녕하세요` PD는 "온라인 문화는 젊은 시청자를 포섭하기 위해 방송가에서 외면할 수 없는 트렌드이지만 중·장년 층도 시청률 측면에서 중요한 존재"라며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 등 다채널 시대인만큼 미디어도 젊은 시청층을 잡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온라인 문화를 흡수하던가 아니면 그 반대로 가던가 선택과 집중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