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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버터 왕자, 건방진 X, 공공의 적. 가수 성시경(32)을 보는 수많은 남자의 속마음 혹은 오해이자 편견이다. 군대를 다녀오면 비호감이던 연예인도 안티가 줄어들기 마련인데 성시경은 그렇지만도 않다.
기자도 남자다. 그를 싫어한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았다. 물론 그의 노래는 괜찮다. 그런데 이 남자, 만나자마자 대뜸 "제 기사에 말도 안 되는 댓글들이 달린다. 상처받는다. 자살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된다"며 "군대를 연예 사병으로 다녀온 것도 아닌데 억울해서라도 이제 좀 잘 돼야겠다"고 툴툴댔다. `오호통재라. 발언이 수위를 넘나는다. 결국 이 사람이 또 안티를 부르겠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겸손이 미덕이잖아요. `제가 뭘 알아요` 이래야 하는데 저는 그걸 잘 못해요. 미움받기 좋은 캐릭터죠. 부자도 아닌데 `왕자` 이미지로 굳혀졌어요. 건전하게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에잇, 또 칭얼댄다고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아요. 결국 전 `프로 연예인`은 못 되는 것 같아요."
한바탕 하소연부터 늘어놓은 그는 "자, 이제 인터뷰를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참 넉살 좋다. 하지만 이 또한 나이답지 않은 그의 내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호감의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래도 왠지 생각보다 친근감이 갔다. 오래된 친구와 술 한 잔 나누면서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아차! 그는 가수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전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연예인이 아니고요. 제 꿈이 연예인이었으면 모르겠는데 가수였고, 지금 열심히 음악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그런데 연예인으로서는 부딪히면서 상처받고 배워가야 하는 건데 아직도 답을 모르겠어요. 그런 점에서 전 헛똑똑이인 것 같아요."
데뷔 초부터 유독 남자들의 미움을 산 성시경 아닌가. 그는 정말 남자들이 왜 자신을 미워하는 지,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지 모르는 걸까? 대중의 반응을 예측하고 슬쩍 한 번쯤 망가져 보거나 적당히 타협의 손길을 내밀 수도 있을 텐데.
"전 그런 것 못해요. 치밀하게 전략을 짜서 싸우는 것이 아닌 그냥 한 단계 한 단계 1차원 적으로 싸우는 스타일이기 때문이에요. 부당한 것이나 제가 납득이 안 되면 못 견디니까요. 틀리고 억울한 것 싫다고 얘기하는 게 (뒷말 하는 것 보다) 떳떳하고 자랑스러워요. 그래서 더 욕을 먹나 봐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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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에겐 `공공의 적`인 반면 여자들한테는 무한 사랑을 받고 있는 성시경. 혹시 `그의 이미지는 과대 포장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이러한 질문을 받은 그의 목소리가 다소 격앙되게 느껴졌다. 어쩌면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그가 느슨해진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럼요! 직업에 대한 환상이잖아요. 제가 왜 황태자고 왕자예요? 기자들이 붙여준 거죠. 힙합은 모두 전사, 발라드는 왕자. 이런 공식은 분명히 환상일 뿐이에요. 특히 `버터 왕자`가 제일 컸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굳어진 이미지가 한방에 저를 훅 가게 할 수도 있는 거였어요. 그래도 다분히 노력해서 살아남았다고 생각해요."
남자들이라면 이즈음에서 꼭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성시경이 라디오 DJ를 했을 때 항상 말하던 `잘자요`라는 클로징 멘트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래도 그는 자신의 `느끼함`을 부인할 수 있을까?
"제가 다정다감하긴 해요. 집에 누나가 둘이니까 여자를 더 잘 알고 세심한 편이기도 하죠.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이기도 해요. 아버지의 안 좋은 점만 닮더라고요. 좋은 점만 닮아야 하는데…. 아버지의 그런 면을 보고 자라서 여성들에게 더 다정하고 더 신사적이게 하려고 노력했던 면은 있는 것 같아요."
닮고 싶지 않아도 아버지를 닮아가는 아들. 그러고 보니 그의 음악이 그렇다. 한동준, 신승훈, 윤종신, 유희열 등 선배 발라드 가수들을 닮은 정통파 발라드 가수 성시경이기에. 그는 작곡은 하면서도 작사는 하지 않는다. 달콤하고 여성적인 노랫말이 그에게는 사실 어색할 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장미 같은 남자다. 아름답지만 너무 아름다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가 돋힌 장미. 그는 남자가 봐도 꽤 괜찮은 남자였다.
아직도 그가 미운 남자들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글이 있다.
장미는 아름답다. 그 옆에 서 보고 싶고, 그 옆에 서서 장미 때문에 나도 더 황홀해지고 싶다.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시기심도 생기도 그가 장미처럼 태어났다는 걸 생각하면 은근히 질투도 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장미일 필요는 없다. 나는 나대로, 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산국화이어도 좋고 나리꽃이어도 좋은 것이다. 아니, 달맞이꽃이면 또 어떤가. <도종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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