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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기와 승기, 일지매 대결

조선일보 기자I 2008.06.02 09:07:38

[조선일보 제공] 탐관오리의 재산을 훔쳐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던 조선 후기 전설 속의 협객 일지매(一枝梅)가 2008년 안방극장의 화두로 뜨고 있다. SBS가 지난달부터 방송을 시작한 수목 드라마 '일지매'가 20% 가까운 시청률로 관심을 모으고 있고, MBC도 올해 말 방송 예정으로 '일지매'를 내세운 드라마를 제작 중. 한국 방송사에서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한 해에 연달아 지상파를 타는 것은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방송 3사가 각각 한국형 영웅에 대한 드라마를 기획했던 것이 비슷한 소재로 귀결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해석. KBS는 올해 초 이미 퓨전 사극 '쾌도 홍길동'으로 선수를 쳤다.

SBS와 MBC 양사의 '일지매' 제작진은 '같은 듯 다른 길'을 가야 하는 관계로 신경전을 벌여 왔다. 우선,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해 실존 여부가 불확실한 일지매를 대중적 스타로 만든 고(故) 고우영 화백의 만화 '일지매' 판권을 놓고 양측의 희비가 엇갈렸다. MBC에서 '일지매'를 연출 중인 황인뢰 PD가 일찌감치 판권을 확보했던 것. 하지만 제작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SBS보다 한발 늦게 방송하게 돼 아쉬워 하고 있다. SBS '일지매' 이현직 총괄 프로듀서는 "고우영 화백의 '일지매' 속 설정과 에피소드를 피해가느라 작가와 연출자들이 꽤 고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PD는 "만화 '일지매'의 내용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면서도 "만화 '일지매'에서는 병자호란을 막기 위해 청나라로 떠나는 일지매의 모습이 마지막 장면인데 드라마에서는 거기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펼쳐 보일 것"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이준기(SBS)와 이승기(MBC), 두 '일지매'의 캐릭터 대결이 가장 큰 볼거리. 만화에서 일지매는 '여자보다 예쁜 남자'라는 설정. 기생으로 변장해 관가의 고급 정보를 캐내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미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여장남자'로 크게 주목받은 이준기 캐스팅은 꽤 적절해 보인다.

SBS 제작진 측은 "지붕 위를 날아다니는 일지매의 날렵한 이미지에 이준기가 부합했다"고 말했다. 요즘 KBS 2TV '해피 선데이―1박2일'에서 빈틈 많지만 순한 '꽃미남'으로 뜨고 있는 이승기 캐스팅은 그에 비하면 '역발상'. 황 PD는 "이승기를 처음 만났을 때 선한 심성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끌렸다"며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를 놓고 새로운 '일지매' 캐릭터를 만들어 보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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