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한숨, 절망, 탄식...가요계를 떠나는 사람들

윤경철 기자I 2007.12.17 09:14:29

'빛' 보려다 '빚'만...저투자-고비용-저수익, 3중고에 시달리는 가요계




[편집자주]‘클릭하면 스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급변하고 있다. CD와 필름을 대신하는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호흡은 점차 가빠졌고, 다매체 시대 매체간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빠른 산업화에 살아남기 위한 해법도 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진단해본다.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 사례1. 한때 인기 발라드 가수의 매니지먼트를 했던 김모(40)씨는 최근 결혼과 함께 가요계를 떠났다. 미용업을 하는 예비 피앙세의 결혼 전제조건이 가요계를 떠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2000년대초 한해 수십만장을 판매했던 발라드 가수의 제작자였다. 피앙세가 매니저 김씨에게 가요계를 떠날 것을 주문한 것은 끝을 모르는 가요계의 불황과 맞물려 있다. 김씨는 최근 잇따라 음반이 실패를 하면서 수억원의 빚을 졌다. 신부는 결혼전 매니저였던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늘 돈에 쪼들리는 열악한 음악 제작 환경은 제쳐 두고서라도 음반을 제작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를 납득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 사례2. 90년대 후반 인기가수들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던 장모씨(38)는 현재 명동에서 여행업을 하고 있다. 매니저로 활동할 당시 후배들과 가끔 만나 때론 과거의 향수에 젖기도 하지만 다시 업계로 돌아오라는 말을 들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고생도 고생이지만 두 업계간 수입이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장씨는 2년전 매니지먼트 활동을 하면서 1억원 가량의 빚을 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한해 2000만원 남짓 저축도 하며 산다. 장씨는 “지금의 가요계는 구조적으로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현상은 기획사가 영세할수록, 신인을 제작할수록 더욱 심하다”고 털어놨다.

굳이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를 떠난 김씨나 장씨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요즘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은 죽을 맛이다. 가요계에 돈이 말랐기 때문이다. 기존 레코드사는 물론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대기업과 통신업계조차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한때 제작자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던 엔터 관련 코스닥 업체들도 경기침체로 인해 예전만 못하다.
 
◇ 지금 가요계는 '마이킹'과 '쩐의 전쟁' 중...유통도 쉽지 않아

한때 수십억에 이르렀던 '마이킹'(선급금(先給金)이라는 뜻의 속어. 레코드사에서 가요기획사에 지급하는 일종의 전속금이다. '마에킨(前金)'이라는 일본어를 쉬운 발음으로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을 받는 것은 언감생심한 일이다. 톱5에 들어가는 가수들을 제외하고는 기존 가수의 경우 1억원, 신인 가수들의 경우 5000만원이 최대치이며 이마저도 담보가 없다면 받을 수 없다. 일부 신인 가수들은 마이킹은 고사하고 물류비용이 나오지 않는다며 유통까지 퇴짜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집을 담보로 또는 빚을 내서 음반을 제작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예전처럼 음반 판매로만 이윤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음반을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은 여전하다. 현재 음반을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은 5000만~1억원, 여기에 뮤직비디오 제작, 케이블 뮤직비디오 광고료 등 엄청난 마케팅 비용까지 합치면 2억원을 훌쩍 넘긴다.
 
뮤직비디오를 포함해 앨범 1장의 제작비(최소 1억원)을 건지려면 3만 장은 팔아야 하는데 요즘 같은 불황에선 스타급도 3만 장을 넘기기 힘들다. 음반시장은 2000년 4104만장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848만장(이상 디지털 음악사업발전협의회 자료)으로 1/5수준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올해는 이보다 100~200만장가랑 떨어진 600~700만장 수준이 될 전망이다.

통계치보다 제작자들의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 하락은 더욱 심하다. 매니저 전모씨는 “아무리 작은 회사를 운영하더라도 가수 한명을 키우기 위해선 한달에 최소 1000만원가량이 소요된다”면서 “신인을 캐스팅해 데뷔까지 2년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소 2~3억원이 깨지지만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고사 위기 가요계...희망은 없는가  

하지만 제작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그 불황의 끝이 안보인다는 데 있다. 다시말해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엔 힘은 들어도 100만장 판매 가수가 한해 2~3팀 정도 나와 대박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없어 하루하루가 벅찬 실정이다.

올해로 매니지먼트 10년차인 조모씨는 “100만장을 팔았던 선배 매니저들의 이야기는 이제 무용담처럼 들리고 있다”면서 “100만장은 커녕 한해 30만장을 넘기는 가수들도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 됐다”고 말한다.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음원시장의 상승세도 영세한 제작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음원 수익의 25% 밖에 받을 수 없는 구조인데다 가수와 나누게 되면 매니지먼트사 몫으로 떨어지는 건 절반뿐. 이마저도 원더걸스의 ‘텔미’나 빅뱅의 ‘거짓말’처럼 대박송이 나기전까지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봇물처럼 쏟아지는 앨범호황이 가요계 호황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수익배분 문제개선과 함께 장르 다변화가 이뤄져야 된다”면서 “생활고로 가요계의 떠나는 능력있는 제작자들의 고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음악시장의 고사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 OBS경인TV '쇼도 보고 영화도 보고' 프로듀서(sanha@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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