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철의 스포츠시선] 2024년, 스포츠를 지배한 AI 혁명

스포츠팀 기자I 2024.12.28 09:26:35
[안준철 스포츠칼럼니스트] 2024년, 스포츠와 기술이 함께 진화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 중심에는 스포츠의 본질을 뒤흔든 인공지능(AI)이 있다

프로야구 심판들이 왼쪽 귀에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제축구연맹(FIFA)가 도입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 사진=FIFA 홈페이지
2024년을 되돌아보면 AI가 스포츠에 미친 영향을 단순히 혁신이라는 말로만 정의하기엔 부족하다. AI는 스포츠 경기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였으며,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논란과 과제 또한 뒤따랐다.

먼저, 판정의 영역에서 AI가 한 획을 그었다. 대표 사례가 프로야구, KBO리그의 자동 볼-스트라이크 시스템(ABS) 도입이다. ABS는 투구의 궤적과 포수의 위치를 분석해 판정을 내리는 시스템이다. 심판 판정 논란을 대폭 줄이며 판정의 일관성, 나아가 공정성을 강화했다.

현장 지도자나 선수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ABS가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 인간 심판 고유의 해석과 감각을 배제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그래도 공정성과 투명성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AI 판정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AI 기반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활용을 넓혔다. 축구에서는 골라인 기술 판정과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정 기술의 정확도를 높였다. 특히, 인간 심판의 주관적 판단 비중이 큰 체조에 AI 판정이 도입된 것은 획기적이었다. 선수의 동작을 규정집에 맞추고, 일반 팬들이 복잡한 채점 시스템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AI 지원 시스템이었다.

판정 속도와 정확성 면에서는 큰 진전을 이루었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지나치게 기계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인간적 요소가 사라지며, 스포츠 고유의 흥미를 감소시킨다는 의견이었다.

AI는 판정의 영역을 넘어 경기 분석과 선수 관리에도 혁신을 가져왔다. 전통적으로 코치와 스카우트의 경험에 의존하던 경기 분석이 이제는 데이터 기반으로 변화하고 있다. AI는 경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전략을 제안하고, 선수의 체력과 컨디션을 관리하며 부상 위험을 사전에 예측한다.

파리올림픽에서는 AI 트레이닝 시스템이 도입되어 선수들의 경기력을 극대화하고 부상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기술은 선수 생명의 연장과 팀이 성과를 내는 데 큰 도움을 줬다.

AI가 가져온 변화는 경기장 밖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팬들은 이제 AI가 추천하는 맞춤형 하이라이트와 분석 데이터를 통해 스포츠를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에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AI와 결합해 팬들에게 생생한 관람 경험을 제공해 화제가 됐다.

경기 중 AI 기반 애니메이션과 실시간 분석이 제공되며, 현장에 있지 않은 팬들도 마치 경기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이러한 변화는 스포츠 산업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며, 팬덤의 형태를 더욱 다양화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술 혁신이 그러하듯, AI의 도입도 도전 과제를 동반한다. 첫째, 기술의 지나친 의존이 선수 간 형평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첨단 장비나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 간 격차가 커질 위험은 스포츠 정신을 훼손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둘째, 선수 생체 데이터의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이 지나치게 정밀하게 적용될 경우, 스포츠의 예측 불가능성과 인간적 요소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AI는 스포츠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스포츠의 본질인 인간성, 열정, 그리고 감동을 위협할 가능성도 품고 있다. 스포츠는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게임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는 감동을 전달해야 한다. AI는 스포츠의 본질을 더 강화할 수도 있고, 약화시킬 수도 있다.

2024년은 AI가 스포츠의 판도를 바꾼 해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스포츠를 진정으로 빛나게 하는 것은 열정을 다하는 선수들과 이를 응원하는 팬들이다. 스포츠와 AI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기대하며, 스포츠 정신과 윤리적 가치를 지켜나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국외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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