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글쎄요.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요”
한 야구인은 프로야구 관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를 묻자 고개를 갸웃하며 이같이 대답했다. 실제로 프로야구 인기가 심상치 않다. 올 전반기 프로야구 관중 수는 무려 600만명을 훌쩍 넘겼다. 1982년 출범이래 최대 관중수다. 지금 추세라면 2017년 최다 관중 기록(840만 688명)은 물론 사상 최초 1000만명도 기대해볼만 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프로야구가 인기지’라고 물으면 이유를 쉽게 답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까지 프로야구는 끝모를 침체기였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부진이 이어졌고 리그 안팎에선 선수와 관계자들의 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잇따라 불거지는 오심 논란은 팬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말 그대로 한국야구의 위기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한마디로 흥행 돌풍이다. 일각에선 치열한 순위 경쟁과 일부 인기 구단의 선전으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프로야구 인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사실 지금 야구 열풍의 주역은 20대와 여성들이다. 이들은 치열한 승패보다 야구장 분위기 자체를 즐긴다. 노래하고 춤추면서 마음껏 소리 지르고, 때로는 가볍게 맥주를 마신다. 또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며 그들의 유니폼이나 굿즈를 구매하고 그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다. 마치 인기 아이돌 그룹의 팬덤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이 야구장으로 발길을 돌린 것은 야구 예능TV와 유튜브 야구 콘텐츠 인기도 한몫했다. 이에 구단들도 젊은 세대에 맞는 마케팅과 콘텐츠 개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지금의 야구 열기는 일종의 ‘유행’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이후의 폭발적인 관심과는 성격이 다르다. 유행은 금방 변화하거나 아예 금방 사그라들수 있다. 지금의 인기도 마찬가지다. 마케팅과 화제성만으로는 팬들을 계속해서 불러모을 수는 없다. 다만 호기심에 야구장을 찾은 이들을 ‘찐팬’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경기력과 경기 운영, 그리고 마케팅이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