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지난해 할리우드가 63년 만에 유례없는 총파업에 나섰다. 시작은 AI(인공지능) 기술의 급성장에 따른 생존권 위협이었다. 이미 할리우드에선 AI가 작가 대신 대본을 쓰고 배우의 연기를 대체하며 업계를 잠식하고 있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끼며 목소리를 낸 것이었다.
국내 관계자들도 할리우드 파업을 눈여겨봤다. 하나같이 “더는 남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에서도 AI의 입지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AI기술 활용이 눈에 띄게 부쩍 늘었을 정도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에서는 장난감(손석구 분)의 아역과 최경아(임세주 분)의 성형 전 모습을 AI 기술로 표현해 싱크로율을 높였고, 서울우유 CF에서는 박은빈의 성장 과정을 AI로 구현하기도 했다. JTBC ‘웰컴 투 삼달리’에서는 고(故)송해의 모습을 복원해 화제가 됐다.
AI기술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려면 AI 기술은 필수다. 물론 우려도 있다. 업계의 불황과 맞물려 일자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국내 제작업계는 배우 출연료와 제작비 상승을 이유로 제작 편수를 줄였다. 대신 작품 완성도를 높여 시장에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배우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벌써부터 “일이 없다”며 보릿고개를 호소하고 있다. AI의 활용으로 고용 불안을 심화한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배우 초상권 침해도 걱정거리다. 이미 송은이, 황현희 등은 범죄 피해를 겪기도 했다.
문제는 여러 부작용에도 국내 대응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술의 발전을 피할 순 없고 결국 고민해야 하는 것은 상생이지만 우리 대응은 부족하다. AI 사용에 따른 가이드라인이나 AI 저작권에 대한 처벌 규정도 국내엔 제대로 없다. 문제가 생긴 후에야 만들어지는 대안은 ‘수습’에 불과하다. 현재 필요한 것은 ‘방지’다. 할리우드가 한발 앞서 겪으며 대안을 마련 중인 만큼, 우리도 한발 앞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