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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그알’은 지난 19일 ‘빌보드와 걸그룹-누가 날개를 꺾었나’ 편을 통해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 사태의 발생 배경과 피프티 피프티와 외주 프로듀싱 업체 더기버스, 소속사 어트랙트의 진실공방 및 의혹, K팝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되짚었다.
그러나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여론은 싸늘했다. ‘그알’ 제작진이 각종 의혹에 대한 추가적인 면밀한 검증 없이 멤버들의 감정 호소가 담긴 편지 낭독으로 방송을 마무리하는 등 노골적으로 멤버들 쪽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편파 방송이란 비난이 불거진 것이다. 특히 멤버들의 한국어 팀명, 활동명에 대한 개별 상표권 출원과 관련한 진실 검증,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 개인을 둘러싼 각종 사건 및 논란 등 다른 쟁점들을 상당 부분 누락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방송 후 SBS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성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19일 방송 이후 약 사흘 만에 3000개가 훨씬 넘는 항의성 게시글들이 게시판을 뒤덮은 것.
누리꾼들은 “감정에 호소하는 대신, 팩트와 핵심쟁점 취재에 더 집중했어야 했다”, “공정성을 잃은 보도 프로그램”, “정정 방송 요구합니다” 등을 촉구했다. 또 방심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해당 방송에 대한 175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방심위 측은 해당 민원들의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국내 주요 연예계 단체들도 즉각 반발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과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은 입장문을 내고 ‘그알’ 측에 사과 및 방송 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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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협 역시 “명확한 근거 없는 불특정인의 주관적 생각과 다수의 익명보도는 대중문화산업 및 방송에 대해 이해가 없는 제작진의 일방적 시선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이번 편파 보도로 고통받을 사건 당사자를 위해 오랜 시간 이뤄놓은 우리 대중문화산업의 위상이 이번 방송으로 폄훼되지 않도록 SBS와 ‘그알’ 제작진의 공식 사과와 정정보도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송 논란 이후 나흘째인 23일 현재까지 ‘그알’ 제작진과 SBS 측의 공식 입장 및 해명은 없는 실정. 논란이 일자 앞서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던 피프티 피프티 방송 편의 예고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게 전부다. 다만 방송 전체 다시보기는 여전히 가능하다. SBS 측은 “지금으로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계속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방송에 대한 반발과 묵묵부답인 제작진과 방송사의 대응에 분노한 시청자들이 정정 방송 요구를 넘어 프로그램 자체를 보이콧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 피프티 피프티 편을 방송하기 전까지 162만 명을 기록했던 ‘그알’ 공식 유튜브 채널은 단 하루 만에 1만 명의 구독자가 빠져나갔다. 일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의 광고주들을 압박해 ‘그알’ 측의 사과 및 정정 방송을 유도하거나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자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프로그램 광고주들까지 압박하는 형태의 보이콧은 중국풍 논란과 함께 2회 만에 폐지의 수순을 걸었던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와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JTBC 드라마 ‘설강화’도 겪었던 방식이다. 앞서 ‘조선구마사’는 한중 관계가 악화됐던 2021년 3월 방영 당시 역사왜곡 및 중국풍, 동북공정 논란이 불거져 폐지됐다. 시청자 민원 폭주와 함께 드라마 광고주들까지 손절하는 시청자들의 보이콧으로 광고까지 모두 철회되면서 SBS의 공식 사과 및 2회 만의 방송 폐지란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설강화’ 역시 방송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 지적을 받아 비슷한 형태의 보이콧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알’ 시청자 게시판에는 일부 시청자들의 주도로 ‘그알’의 광고주 리스트와 전화번호를 올리며 CF를 내려달라고 요청하자는 제안까지 등장했다. ‘그알’에 붙은 광고를 전부 내리게 압박해서 사과와 정정방송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피프티 피프티 사태와 관련한 진통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인 가운데, SBS가 끝내 입장을 밝힐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