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란·김아림이 자주 찾는 이유 있었네..'투어펏' PGA 코치들도 '호평'

주영로 기자I 2023.02.27 06:00:00

게임개발자와 퍼팅 코치가 만든 퍼팅 시뮬레이터
미 PGA 쇼 출품, 스윙 코치 등에 큰 관심
36개 패턴테스트로 퍼팅의 문제점 정확하게 진단
단순한 훈련용 장비 넘어 게임요소 추가 계획

김찬기 브로틴 대표가 퍼팅 시뮬레이터 투어펏 패턴테스트를 끝낸 뒤 측정된 분석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3% 기울기로 왼발이 높은 오르막 경사면에서 굴린 공이 데굴데굴 굴러가 홀 안으로 떨어졌다. 이어 2% 경사에 왼발이 낮은 내리막 지점에서 굴린 공은 홀 왼쪽으로 스치며 지나쳤다. 이렇게 36개의 다른 지점에서 퍼팅하면 성공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 그리고 각각의 스트로크 빠르기와 세기, 공이 굴러가는 속도, 방향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해 기록한다. 데이터가 쌓이면 골퍼는 그 기록을 바탕으로 성공확률이 높은 퍼팅을 찾아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

23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브로틴 본사에서 요즘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퍼팅 시뮬레이터 투어펏을 시연한 뒤 김찬기 대표를 만났다.

◇볼 추적 기술로 정확하게 분석하는 퍼팅 시뮬레이터

투어펏은 그린 위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 가능한 퍼팅 시뮬레이터다.

퍼팅 분석을 위한 패턴 테스트는 3%의 기울기로 설계된 그린 위에서 36개 존을 따라 퍼팅하면 정밀 센서가 공의 궤적을 추적해 경사와 거리별 성공률과 스트로크의 속도와 공의 회전과 굴러가는 방향에 대한 성향을 분석한다. 경사를 3%로 정한 이유는 일반 투어 대회에서 홀의 위치를 정할 때 최대 기울기다.

패턴 테스트가 끝나면 성공률이 나오는데 프로는 60% 이상, 아마추어 골퍼는 20~30% 수준이다. 높을수록 퍼팅 능력이 좋음을 뜻한다.

패턴 테스트를 마치면 다양한 분석 정보가 모니터에 나온다. 성공했을 때 스트로크의 세기와 공이 굴러간 방향은 물론 실패했을 때 공이 어떻게 굴러갔고 어느 지점을 지나쳐 얼마나 더 굴러갔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해 보여준다.

투어펏의 성능에 먼저 만족감을 보인 건 프로선수들이다. 유해란과 이소미, 이정은, 김아림 등은 수년 전부터 투어펏을 이용해 퍼팅 실력을 키워왔다.

지난해 LPGA 투어로 진출한 김아림은 다양한 그린의 종류와 대회 때마다 다른 빠르기에 적응하는 걸 어려워했다.

투어펏을 찾아 패턴테스트를 한 김아림은 상황에 따라 템포를 다르게 하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김찬기 브로틴 대표가 투어펏 드릴을 직접해보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김찬기 대표는 “많은 골퍼는 거리가 달라져도 퍼팅의 템포가 일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퍼팅 성공률이 높은 프로들을 분석한 결과 스트로크의 크기는 같아도 템포를 다르게 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며 “이걸 ‘토끼와 거북이 훈련’이라고 하는 데 빠른 템포에선 스트로크 크기를 짧게 하고 느린 템포에선 크기를 길게 하면서 서로 다른 그린의 빠르기와 경사도에 빨리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게 됐다. 이런 훈련이 투어펏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아낸 결과”라고 말했다.

퍼팅 훈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실패했을 때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 해결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동안 감각에 의존한 훈련에선 이런 문제점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투어펏에선 다양한 분석을 통해 데이터로 해결책을 찾아준다.

김 대표는 “투어펏의 가장 뛰어난 기술 중 하나는 실패의 요인을 정확하게 데이터로 분석하는 것”이라며 “공이 어떻게 굴러가서 어느 지점을 지나쳤고 어느 지점에 멈췄는지를 알면 스트로크의 세기와 빠르기, 공을 굴린 방향과 정렬 등 다양한 실패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런 분석 결과를 통해서 성공률 높은 퍼팅 기술을 익힐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美 PGA쇼에서 호평..게임하듯 훈련하는 제품 개발 준비

투어펏은 게임개발자로 일했던 김찬기 대표와 투어 선수를 지도해온 최종환 코치의 합작품이다. 우연한 계기가 출발점이다.

김 대표는 “장마로 며칠째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선수들이 퍼팅 훈련을 하지 못하게 되자 최 코치가 실제 그린에서처럼 훈련할 수 있는 실내 퍼팅 연습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그 말을 듣고 개발을 시작했다”며 “당시 게임을 개발해온 우리 회사는 가상 현실(VR)에서 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력이 있었던 터라 공을 추적하는 기술로 바꾸면 훈련 효과를 높이는 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개발을 시작해 투어펏이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투어펏은 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PGA 머천다이스쇼에 출품해 세계시장 진출의 첫발을 내디뎠다.

사흘 동안 공개된 투어펏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캐나다, 영국, 스웨덴 등 약 20개국 600여 개의 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특히 PGA 투어에서 뛰는 선수를 지도하는 스윙코치들의 관심이 컸던 것은 김찬기 대표에게 큰 자신감을 갖게 했다..

투어펏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정밀 센서를 활용한 볼의 추적과 AI(인공지능)과 딥러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출하는 다양한 데이터다.

지금까지 퍼팅의 레슨에선 감각적인 요소를 강조해왔다. 정확하게 보내고자 하는 지점으로 공을 굴리기 위해 감각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투어펏은 감각에만 의존해온 퍼팅 훈련에 이른바 ‘스포스포츠 기술 더해 신뢰성을 높였다. 볼의 추적 기술과 다양한 분석을 통해 찾아낸 지표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PGA 투어 스윙 코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투어펏 패턴테스트의 다양한 시뮬레이션 상황.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김찬기 대표는 “PGA 머천다이즈 쇼에서 특히 선수들을 지도하는 스윙 코치의 관심이 컸다”며 “실제 한 코치는 사흘 동안 와서 테스트하면서 제품을 분석하고 매우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을 만난 골프는 다양한 문화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스크린골프가 등장해 야외에서만 하던 골프를 실내에서 즐기는 문화로 만들었다.

점점 더 다양하게 변하는 골프문화는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2019년 PGA쇼에 왔을 때만 해도 미국의 골프문화는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하는 운동이었다”며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에서도 실내 골프의 개념이 생겨났고 특히 개인용 장비의 발달로 혼자서 훈련하고 골프를 즐기는 문화가 퍼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PGA쇼에서 보여준 반응을 보면 이런 문화는 점점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퍼팅 실력 향상을 목적으로 개발된 투어펏도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을 준비 중이다. 게임개발자였던 김찬기 대표는 투어펏에 게임적인 요소를 추가해 더욱 재미있는 훈련장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골프 트렌드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연습장에서 골프도 치고 게임도 하면서 식사하는 복합 문화”라며 “투어펏에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하면 가족이 함께 즐기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퍼팅 시뮬레이터 투어펏을 개발한 김찬기 브로틴 대표.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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