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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남성 김영준(가명)씨는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상파 채널과 더불어 지역 케이블채널을 통해 TV를 시청한다. 별도의 유료 채널은 가입하지 않았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김씨는 류현진, 손흥민 경기를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스포츠 중계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디어 업계 큰손들이 잇따라 스포츠 중계권 구매에 나서고 있어서다. 지난 2019년 종합편성채널 JTBC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개최되는 올림픽의 한국 중계권을 2019년에 획득했다. 지상파 외 채널이 올림픽 중계권을 갖게 된 건 국내 방송 사상 처음이었다.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른 것은 스포츠케이블 방송 스포티비(SPOTV)의 모회사 에이클라였다. 2013년 프로야구 중계권 판매 대행권 계약을 맺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에이클라는 이후 손흥민 등이 활약하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류현진 등이 뛰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중계권까지 확보하면서 일약 스포츠 콘텐츠 시장의 가장 큰 손이 됐다.
에이클라는 유료화를 통해 수익 극대화를 노렸다. 시청자들은 불만을 드러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미 해외에서도 스포츠 콘텐츠 유료화는 대세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이제는 미디어 업계의 공룡인 CJ ENM까지 뛰어들었다. CJ ENM은 다음달 20일 스포츠 전문 채널 tvN SPORTS를 론칭한다고 발표했다. 구교은 CJ ENM 스포츠국장은 “25~59세 남성 시청층을 메인 타깃으로 하며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로 세대와 국적을 초월한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라며 “OTT ‘티빙’과 공동 중계 방식의 플랫폼 확장을 통해 국내외 유명 스포츠 중계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5월 CJ ENM은 ‘비전스트림’ 행사에서 “2025년까지 5조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디어 업계에서 스포츠를 ‘돈이 되는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스포츠팬들은 중계권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더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계권료가 올라갈수록 시청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전까지 방송사들은 막대한 중계권료를 콘텐츠 재판매 수익, 광고 수입으로 메웠지만 유료화가 적용된 OTT가 미디어계 중심으로 떠오른 만큼 시청자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그때 그때 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스포츠 콘텐츠의 주도권이 지상파 방송에서 다양한 플랫폼으로 넘어간 지 오래”라며 “민간 상업방송이 주도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계권과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하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중계권료를 메우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활용할 것”이라며 “시청자들이 떠안는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