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영화, 독립·예술영화 유의미한 성취
코로나19 여파로 올초부터 신작 영화들의 개봉 연기가 속출한 가운데 여성영화의 상업적 성취가 돋보였다. 거짓말을 못하게 된 여성 정치인의 이야기를 그린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는 153만명, 회사 비리를 파헤치는 여성 직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은 156만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가문 극장에 단비가 됐다. 이들 영화는 올해 박스오피스 10위권에도 포함됐다.
독립·예술영화도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 꿈을 좇는 40대 여성과 10대 소녀의 성장담을 그린 ‘찬실이는 복지 많지’(감독 김초희)와 ‘야구소녀’(감독 최윤태), 혼전임신 여성과 노년 여성을 내세워 여성에 대한 편협한 시선을 깨뜨린 ‘애비규환’(감독 최하나)과 ‘69세’(감독 임선애), 그리고 위기의 한 가족을 통해서 관계와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엿보이는 ‘남매의 여름밤’(감독 윤단비)이 올해 주목을 받았다.
박혜영 앤드크레딧 실장은 “올해 영화들은 여성을 향한 편협한 시선이나 팍팍한 현실을 비추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그리려고 하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김종애 플래닛 대표는 “상업영화, 독립·예술영화 할 것 없이 코미디, 스릴러, 액션, 드라마 등으로 다양한 장르와 서사의 영화가 관객과 만난 것도 의미있는 시도였다”며 “그 덕분에 ‘침입자’의 송지효, ‘디바’의 신민아, ‘결백’의 신혜선은 기존의 로맨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찬실이…’ 강말금,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올해의 발견
지난해 ‘벌새’의 박지후와 김보라 감독에 이어 올해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강말금과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감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은 강말금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 한 편으로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무엇 하나 일군 것 절망적인 상황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일상을 헤쳐가는 40대로 관객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와 더불어 ‘남매의 여름밤’도 관객에게 감동과 위로를 선사했던 작품이다. ‘남애의 여름밤’은 여름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의 이야기다. 어느 특정 가족의 이야기가 보편적인 정서를 이끌어내며 제49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의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홍의정 감독의 ‘소리도 없이’, 박지완 감독의 ‘내가 죽던 날’, 최하나 감독의 ‘애비규환’, 임선애 감독의 ‘69’가 모두 장편 데뷔 작품이다. 윤 평론가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단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성 감독의 장편 입봉이 쉽지 않았는데 점점 여성감독이나 여성영화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며 “상업영화든 독립·예술영화든 근래 여성영화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올해는 특히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안 하면서 더 주목받은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