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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유아인 "'베테랑' 조태오는 번외편, 오준우로 내 옷 찾아" [인터뷰]①

김보영 기자I 2020.06.19 07: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가장 극심한 고통은 외로움 같아요. 살기 위해 필요한 물, 먹을 음식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요?”

배우 유아인. (사진=UAA)
배우 유아인은 “제가 준우였다면 고립된 상황을 견디지 못해 더 빨리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영화 ‘#살아있다’의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유아인은 생동감 넘치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재진과 유아인은 마스크를 쓴 채 마주 앉아야 했지만, 가린 이목구비에 표정이 드러나지 않을 걸 우려해 “저 지금 웃고 있다”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보였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로 공격적인 존재로 변한 사람들로 인해 도시가 통제 불능에 빠지자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등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이 살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는 생존 스릴러다. 유아인은 영화에서 자고 일어난 뒤 하루아침에 혼자가 돼 아파트에 고립되는 오준우를 연기했다.

이번 작품은 그에게 여러 의미로 첫 도전이다. 연기 생활 17년 만의 첫 장르물인 데다 러닝타임 98분 중 40분을 표정 연기와 감정선 변화에 의존한 채 원맨쇼로 극을 이끈 것도 처음이다. 그간 ‘베테랑’, ‘사도’, ‘버닝’, ‘국가부도의 날’ 등 전작에서 맡아왔던 비범하고 강렬한 캐릭터와 달리 ‘#살아있다’에서 그가 맡은 오준우는 지극히 평범하고 어리숙한 인물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유아인은 “혼자 극 중반까지 감정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저에게 굉장한 숙제였다”며 “두려움에 현장 편집본을 매주 한 번 이상, 유난스러울 정도로 들여다보며 호흡을 잡아나갔다”고 소회했다. 이어 “완성된 영화를 보면 수많은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등장해 저의 연기를 도와주고 있지만 실제 촬영 당시에는 상대 배우 없이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한 적이 많았다. 앞 집 유빈이(박신혜 분) 마저도 연기할 당시는 거의 만나지 못했다”며 “그런 애로사항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게 집중하려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위로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첫 장르물에 도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장르물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도 많이 사라졌고 저 역시 새로운 장르를 걱정 없이 편하게 시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또 “무엇보다 ‘#살아있다’는 극을 끌고 갈 수 있는 강렬하고 스타일리시한 장르적 특성을 살리면서 배우가 발휘하는 감정과 에너지 역시 영화에 큰 영향을 짚어줄 수 있는 작품 같았다”며 “사실 배우가 작품을 이루는 하나의 광고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던 때가 많았다. 이 영화가 배우의 역할을 존중하고 크게 생각해주는 작품이란 점도 출연 결심에 크게 작용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도 좀비물 마니아라고. 그는 “좀비물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좀비랜드’를 진짜 좋아한다. 병맛, 코믹 코드가 들어있는 작품을 좋아한다”며 “‘28일 후’, ‘나는 전설이다’도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나는 전설이다’는 ‘#살아있다’처럼 배우 혼자 극의 중후반부까지 끌고 가는 작품이라 이번 연기를 하며 참고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로 고립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살아있다’는 개봉 시점이 코로나19 여파를 겪는 현 시국과 맞물려 화제를 얻기도 했다. 유아인은 “영화라는 것이 어떤 시대, 어느 정권에서 공개되느냐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살아있다’는 전략적 태도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우연히 맞아떨어졌다”며 “특히 최근에는 많은 분들이 준우처럼 혼자의 시간을 보내셨어야 했을 것이다. 저 역시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외로움이 주는 고통, 그를 통한 ‘함께’의 중요성을 곱씹어볼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유아인은 “극한 상황의 경우 혼자 살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먹을 것과 도구는 살기 위해 필수적인 것들이지만 그보다 준우를 괴롭게 한 극심한 고통은 외로움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준우였다면 유빈이가 그렇게 시그널을 줄 때까지 기다리기보단 차라도 운전해 그 안을 벗어나보려 발버둥을 쳤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캐릭터 준우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저를 ‘베테랑’의 조태오 이미지로 생각해주셔서 그런지 ‘유아인이 이런 역할도 해?’라는 반응들이 많으신 것 같다”며 “저에게는 준우가 더 제 옷 같은 느낌, 더 애정하는 캐릭터의 느낌이라 편했다. 오히려 ‘베테랑’의 조태오는 제가 그리는 캐릭터의 그림 안의 번외편과 같았는데 어느 순간 그게 제 대표 이미지가 되어버린 듯해 혼란을 겪은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영화 ‘완득이’라든가 이전 드라마들에서 소화했던 귀염성 있는 자연스러운 인물을 좋아했지만 계속 그런 이미지로 해석이 되다 보니 최근 몇 년 간은 저항해보고 싶었던 마음에 강렬한 인물들을 도전해왔던 것 같다”며 “다양한 퍼즐링으로 다채롭고 입체적인 롤을 구축해나가는 게 저로선 숙제였고 지금도 그렇다. 전작의 경험들을 겪고 제가 다시 그려낼 ‘돌아온 옆집 청년’이 얼마나 더 흡인력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 기대가지고 지켜봐달라”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영화 ‘#살아있다’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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