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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룹 멤버가 중국 활동을 목적으로 한국 기획사와 계약을 파기한 것은 주결경이 처음이다. 주결경은 플레디스는 물론 중국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는 현지 법인 성찬성세 직원들과의 소통마저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결경의 계약 파기는 중국 내 걸그룹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에서 걸그룹은 일본 AKB48의 자매 그룹으로 출발한 SNH48 외에 이렇다 할 인기 팀이 없었다. 그러나 중국 걸그룹 시장에는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최대 IT업체 텐센트가 2018년 선보인 Mnet ‘프로듀스101’의 중국판 ‘창조101’이 50억 뷰에 달하는 스트리밍 횟수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게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탄생한 11인조 걸그룹 화전소녀101은 중국 최초의 ‘팬덤형 걸그룹’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각 멤버가 연기와 예능 분야에서도 활약 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가 이달 초 새로운 걸그룹 서바이벌 ‘청춘유니2’를 론칭하고, 텐센트가 ‘창조101’ 후속판 ‘창조영2020’ 방송을 앞두고 있어 중국에서 여자 아이돌들의 활약세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결경은 이 같은 중국의 여자 아이돌 시장에서 이미 입지가 탄탄하다. 또 다른 아이돌 서바이벌 ‘우상연습생’에서 멘토로 활약했고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 활동도 펼쳤다. 중국 시장에 밝은 한 공연 기획사 대표는 “여자 아이돌의 가치가 상승한 가운데 ‘창조101’의 원조격인 ‘프로듀스101’ 출신으로 한국에서 다양한 활동 경험을 쌓은 주결경은 현지 기획사들이 충분히 탐낼 만한 카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활동 중인 중국계 아이돌들은 대부분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눈다”며 “주결경이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고 중국에서 활동을 이어갈 경우 다른 여자 아이돌 멤버들에게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획사들은 중국계 멤버를 위한 1인 기획사인 공작소 설립, 현지 매니지먼트 업체와의 업무 협약 등 불협화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주결경 역시 소속사가 현지 법인에 매니지먼트를 따로 맡기는 방식을 택했지만 이탈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고심이 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계약 위반 등의 사례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 기획사들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판결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현지에서 계속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진단했다.
중국계 멤버 관리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태상 타조엔터테인먼트 해외사업총괄부문 대표는 “국내 기획사들이 중국계 멤버를 필두로 한 중국 시장 진출 전략 등을 세울 때 현지 문화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한 유명 기획사 이름을 달고 운영하는 관련 회사만 60~70개에 이를 정도로 복잡한 시장인 만큼, 현지 법인에 업무를 맡길 때 계약 형태와 조건 등을 꼼꼼히 살펴야 중국계 멤버와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두터운 신뢰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최근 보이그룹 시장에선 K팝 프로듀싱 시스템을 거쳐 탄생한 중국계 멤버로만 구성된 팀이 중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 기획사와의 합작 레이블 설립을 통해 애초부터 중국계 아이돌을 소속사 틀 안에 품어두지 않고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겠다는 전략이다.
SM이 웨이션브이를, JYP엔터테인먼트가 보이스토리를 데뷔시킨 게 대표적이 예다. SM은 웨이션브이 멤버 루카스와 텐을 ‘무한 확장’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신개념 보이 그룹 NCT와 ‘연합팀’ 슈퍼엠 멤버로 합류시키기도 했다. 이는 K팝 그룹에 중국 출신 멤버를 끼워 넣는 구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현지 시장 공략법이면서 ‘한한령’과 같은 변수에 대처하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