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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잉태 과정처럼 ‘트랩’은 특별한 드라마였다. 인간사냥꾼이란 파격적인 소재, 후반부 정체를 드러낸 소시오패스 주인공, 흐름을 놓치면 이해가 어려운 빠른 전개 등 색다른 시도가 돋보였다. 마지막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시청률 4.0%(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수장은 영화 ‘백야행’(2009) 등을 만든 박신우(40) 감독이었다. 첫 드라마라는 도전을 마친 그는 “이야기꾼으로서 포맷 보다는 콘텐츠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플래쉬백 등을 활용하는 매체의 특성이나 시청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이하 박신우 감독과 일문일답이다.
―‘트랩’은 어떻게 탄생했나.
△작품을 준비하던 중 ‘트랩’을 만났다. 아내가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남자가 주인공인 이야기의 틀만 있는 상태였다. 알고 보니 남자의 자작극이라는 게 반전이자 핵심이었다. 이야기를 확장하다 보니 2시간 안에 담기 힘들겠더라. 사실 시신을 산에 묻는 게 더 쉽지 않나. 그렇게 일을 꾸밀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왜’를 쫓다보니 분량이 부족했다. 그 과정에서 OCN에서 제안을 받았다. 드라마라는 포맷에선 소시오패스를 풍성하게 담을 수 있겠다 싶어 함께 하게 됐다.
―드라마와 영화 차이가 컸나.
△시네마틱 드라마가 아니라 드라마틱 시네마 아닌가. 영화적인 게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 컸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이지만 콘티 작업을 거쳐 촬영이 진행됐다. 리얼리티에도 신경 썼다. 영화는 어두운 극장에서, 드라마는 불 켜진 거실에서 보지 않나. 드라마는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밝은 조명을 쓴다. 영화처럼 촬영했다. ‘불 끈 집’이란 설정인데 밝으면 그것도 이상하지 않나. 그러다 보니 ‘(‘트랩’ 화면이)잘 안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불을 끄고 보시는 걸 추천한다. 매 회마다 엔딩 포인트를 잡는 것도 어려웠다. 나름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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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는 양적인 차이가 크다. 두 달 동안 영화는 2시간 분량을, 드라마는 훨씬 많은 분량을 촬영한다. OCN은 7편의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촬영 속도를 내면서 감독으로서 원하는 완성도를 맞춰야 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잘해준 덕분에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서진이 초반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악역임이 드러나면서 사그라졌지만 연출자로서 속상했을 것 같다.
△주인공에게 큰 반전이 있다. 배우의 이미지가 중요하다 생각했다. 이서진 같은 호감형 이미지라면 ‘설마 나쁜 역일까’ 하는 생각을 품기 어려우니까. 이서진은 적확한 캐스팅이었다. 준비를 많이 해왔고, 충분히 잘 해줬다. 일부러 어색하게 연기해달라고 주문한 건 아니다. 다만 아이를 잃은 아빠임에도 의뭉스럽게 보였으면 했다. 초반에 등장하는 산장신은 어차피 강우현(이서진 분)의 거짓 진술이다. 때문에 이상하거나 오류가 발생해도 괜찮았다. 다시 봤을 때 ‘그래서 이상했구나’하고 느꼈으면 했다. 예를 들면 이서진이 ‘비가 왔다’고 진술했는데, 화면은 맑은 날에 비가 내리는 식이다.
―섬세한 장치들이 돋보였다.
△반복해서 등장한 터닝OOO 장난감은 실제 제 아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잘 보면 그 애니메이션 속 악역인 캐릭터다. 주인공인 아들이 가지고 노는 캐릭터는 악역인데, 고형사(성동일 분) 아들에게 선물한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 선한 캐릭터다. 한때 저도 줄을 서서 샀던 장난감이다. 학부모라면 알 수 있는 복선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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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카페에 뱀들은 1주일 대여에 1800만원이 들었다. 가장 비싼 소품이다. 강우현은 뱀이 허물을 벗듯 성장하는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했다. 그런 메타포들이 보였으면 했다.
―친일파의 후손들이 숨겨진 악역으로 등장한다. 일본어를 사용하는 도련님(이시훈 분)이나 탄저균에서 변형된 약물 등도 일제의 잔재를 말하는 듯했다.
△그게 사실이라 생각했다. 도련님의 집에 있는 초상화 대부분을 블러 처리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얼굴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으면 했다. 조직 이름인 명치삼팔도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에서 가져왔다.
―‘트랩’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메시지는.
△실생활에서 소시오패스를 만났을 때 대처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소시오패스를 어떻게 정의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나. 개인적인 경험과 고찰도 담겨 있다. 심지어 강우현은 소시오패스 안에서도 더 진화한 이종(異種)이다. 드라마 안에서 소시오패스에 대처하는 3가지 방법이 나온다. 피하거나, 연대를 하거나 더 큰 악을 이용하는 식이다.
―오는 10일 방송하는 ‘트랩: 디렉터스컷’에 대해 귀띔해준다면.
△19세 이상 관람가로 3시간 분량을 목표로 편집하고 있다. 드라마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흘러갔다면 영화판은 강우현 위주의 플롯 중심이다.
―시즌2를 하게 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나. 사망한 윤서영(임화영 분)의 쌍둥이 동생이 마치 시즌2를 예고하는 느낌이다.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시즌2를 한다면’이란 가정 아래 만들어 놓은 윤서영 캐릭터에 대한 서사가 있다. 만약 제작된다면 강우현과 고형사의 대결이 확장되지 않을까 싶다. 두 사람이 모종의 거래를 해 이상한 공생관계가 된다는 엔딩도 상상해봤다.
―‘트랩’처럼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소재 등에 따라 맞는 매체가 있고 그것에 따른 선택이 있을 뿐, 매체가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웰메이드’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나가고 싶다. 욕심을 더 낸다면 ‘트랩’처럼 우리 사회의 이면에 대해 다루고 싶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건드릴 수 있는 그런 감독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