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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스키 국가대표인 이도연 선수에게 붙는 수식어다. 그는 마흔여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해 스무살 이상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 메달권과 거리가 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겠다”며 완주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금메달보다 소중한 세 딸
운동을 시작한 이후 열 개도 넘는 메달을 땄지만 ‘엄마’ 이도연에게는 세 딸이 가장 중요하다. 설유선(25) 유준(23) 유휘(21) 씨가 주인공이다. 그는 “육상에서 사이클로, 다시 스키로 종목을 바꿔가며 합숙 훈련을 하다보니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그러나 이내 “씩씩하고 바르게 자라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는 한 번도 딸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적이 없다. 세 딸이 기억하는 엄마 역시 아주 강한 사람이다. 이번 패럴림픽에서도 그랬다. 장녀인 유선 씨는 “엄마가 첫번째 경기에서 넘어지고도 완주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역시 엄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딸들과 통화하며 웃는 엄마의 목소리에 속상한 마음이 묻어나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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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선수에게 부모님은 지금의 최고의 조력자다. 어머니 김삼순(71) 씨는 집 안에만 있으려던 그에게 끈질기게 탁구를 권했다. 집에 누워 있어 욕창이 자꾸 생기는게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운동하면 나가서 사람도 사귀고 성격도 좋아질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 종목인 핸드사이클에 비해 성적이 부진한데 대해 김 씨는 “스키는 시작한지 1년밖에 안됐다”며 “욕심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딸의 도전을 묵묵히 지켜봐 준 아버지도 이도연 선수에겐 큰 힘이다. 그가 핸드사이클을 시작하겠다고 하자 아버지 이민형(74) 씨는 거금 1700만원을 들여 자전거를 사줬다. 이번 평창 동계패럴림픽 직전에는 전지훈련을 마치고 잠시 집에 들른 이 선수에게 직접 밥상을 차려주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스키는) 너무 힘들게 경기를 하면서도 메달을 못따는게 안타깝다”면서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나가 운동 시작하고 집안 분위기 바뀌어”
이도연 선수는 세 남동생을 둔 큰누나이기도 하다. 동생들은 “누나가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첫째 동생인 이재평(45) 씨는 “학창시절, 누나가 집에 있으면 괜히 서로 미안해서 집에 들어가기가 꺼려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누나가 운동을 시작한 뒤 성격과 표정이 매우 밝아져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도전을 거듭하는걸 보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동생들은 이 선수의 역주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누나가 앞으로 지게 될 부담을 걱정했다. 막내동생 이재국(38) 씨는 “(누나가) 뉴스에도 나오고 신문에도 나오는데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너무 유명해지는 바람에 사람들의 기대감이 커질텐데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도연 선수의 세 딸과 부모님, 세 명의 남동생과 조카들은 17일 평창 바이애슬론 경기장을 찾는다. 이들은 이 선수의 이번 패럴림픽 마지막 경기를 한 목소리로 응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