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부대에 갤러리 주차장…이수 챔피언십 가보니

조희찬 기자I 2017.09.08 06:00:00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 이수 챔피언십의 갤러리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가평의 모 사단 포병대대 입구를 사설 경호원이 지키고 있다.(사진=조희찬 기자)
[가평=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여기서부턴 군사구역이라 핸드폰 카메라랑 블랙박스에 스티커를 붙이셔야 해요.”

7일부터 경기도 가평의 가평 베네스트 골프클럽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 이수그룹 챔피언십. 육군의 주력인 모 기계화사단이 민간에게 주차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영내를 개방했다. 갤러리 주차장은 이 사단의 주력 군부대인 ‘00 포병대대’ 연병장(운동장)에 마련돼 있다.

위병소에 들어서자 군인 대신 검정 조끼를 입은 사설 경호원이 차를 멈춰 세웠다. 핸드폰 카메라와 블랙박스 렌즈 부분에 ‘보안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요구했다. 경호원은 “차량 후방에도 블랙박스 카메라가 있냐?”고 묻기도 했다. ‘그렇다’고 답하자 경호원은 “직접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말했다.

신분증을 요구할 것 같아 지갑을 꺼냈으나 ‘프리 패스’였다. 위병소를 통과하자 군부대 시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 우측 언덕 너머론 장갑차가 서 있었고 옆에는 ‘00 포병대대’의 문구가 적힌 생활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쪽에는 수송용 대형 트럭들이 오와 열을 맞춰 있었다. 그늘 밑에서 ‘작업’ 후 휴식하는 병사들과 행정보급관도 보였다. 그들 뒤로는 탄약고처럼 생긴 건물이 군데군데 자리했다.

‘삼엄한 경비’를 예상했지만 축구장 약 두 개 넓이의 주차장을 지키는 건 경호원 한 명뿐이었다.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다고 했으나 감시하는 이는 없었다. 원한다면 어려움 없이 군부대를 배경으로 촬영이 가능했다. 한 갤러리는 “골프장의 그린보다 군부대 시설이 아이의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가평군과 가평 베네스트 골프장, 대회 주최 측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번 골프 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려 힘써왔다. 이들은 주차장으로 골프장 인근의 군부대 연병장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군부대 측이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는 지침에 부합된다고 판단해 이를 허락했다.

좋은 취지였으나 양 측의 안보 불감증 속에 ‘철저한 보안과 이를 위한 삼엄한 경비, 충분한 인력’은 지켜지지 않았다. 군부대 내 주요 시설은 신원 확인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노출돼 있는 상태였다. 주차장과 군사 시설을 구분하는 경계에는 힘없이 펄럭이는 노란 테이프 두 줄 뿐이었다. “가평군의 요청으로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고 판단해 개방했다. 보안상에 문제가 없도록 철저한 통제하에 장소를 제공했다”고 밝힌 사단 관계자의 말은 현실과 거리가 있었다.

이데일리의 취재가 이어지자 대회 주최 측 관계자는 “대회 유치를 위해 주차장을 알아보던 중 나온 곳이 이곳(이 부대의 연병장)이었다”라며 “보안 문제가 우려됐으나 과거에도 부대 안 공간을 주차장으로 활용한 적이 있었고 협상 당시에는 (북한 핵실험 등)시국이 지금 같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역경제활성화와 갤러리 편의를 위한 방편이었는데 오늘 운영을 해보니 (보안상)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것 같다”며 “군부대 내 주차장을 철수하고 다른 장소를 찾아보겠다. 금요일(8일)은 골프장 진입로 갓길 주차와 인근 장소를 최대한 분산시켜서 나누는 방법으로 해결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 이수 챔피언십의 갤러리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가평의 모 사단 포병대대 입구.(사진=이데일리 골프in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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