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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은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 종목 특성상 경기장 건설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다 환경 파괴도 불가피하다. 최근 들어선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안보비용까지 더해져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하계올림픽에 비해 큰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추운 겨울에 열리는데다 출전 선수나 대회 규모도 작기 때문이다. 겨울 스포츠를 하지 않는 상당수 국가 입장에선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대표적인 예는 1998년 일본 나가노대회다.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 나가노는 당시 환경올림픽을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대회를 유치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110억 달러라는 막대한 적자를 봐야 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정난에 시달리며 도시의 기반까지 흔들리고 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대회 역시 적자 올림픽으로 얼룩져 있다. 밴쿠버는 당시 준비 과정서부터 예산 부족에 허덕였다.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원까지 받으며 대회를 개최했지만 10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선수촌을 고급 콘도로 개조해 매각하려는 계획이 실패하면서 밴쿠버시가 재정 적자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물론 모든 동계올림픽이 다 실패한 것은 아니다. 미국 북동부의 작은 시골마을 레이크플래시드는 1932년과 1980년 두 차례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세계적인 휴양도시로 탈바꿈했다.
1994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노르웨이 릴레함메르도 원래 인구 3만 명도 안 되는 소도시였다. 하지만 올림픽을 통해 약 3억5000만 달러의 흑자를 본 것은 물론 겨울 관광지로 이름을 알리면서 지금까지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나가노와 밴쿠버처럼 최근 동계올림픽은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달리 성공과 실패의 명암이 극명히 갈린다는 점이 특징이다. ‘동계올림픽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내달 열리는 소치동계올림픽은 역대 가장 비싼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러시아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500억 달러(약 53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게다가 대회를 앞두고 인근지역에서 테러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어마어마한 안보 비용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러시아 현지언론에선 “올림픽 이후 러시아 경제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공교롭게도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한국 평창이다. 평창이 ‘동계올림픽의 저주’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선 나가노와 밴쿠버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