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시후의 고소인이 한 기획사 연습생으로 알려진 데다 또 다른 기획사 대표는 소속 여자 연습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최근 연예계 각종 사건에 연습생이 오르내리면서다.
엔터테인먼트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K씨(38·여)도 이 때문에 올해 9세 된 딸의 진로 문제로 고민 중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딸을 보고 주위에서 “엄마가 관련업계에서 일을 하는데 딸을 연습생으로 넣는 게 쉽지 않겠느냐”고 권유한다. 한동안은 귀가 솔깃했지만 지금은 갈등이 커졌다. “모든 연습생들이 그런 문제에 연루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데뷔할 확률은 턱없이 낮은데 안 좋은 일에 휘말릴 가능성까지 있다면 딸을 가진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고민이 안될 수가 있겠어요. 1%의 확률이라도 그게 우리 가족의 일이 되면 우리 가족에게는 100%잖아요.” K씨의 말이다.
연습생은 연예계 데뷔를 위해 기획사에서 교육을 받으며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데뷔를 하기 위해서는 기획사에 소속돼 연습생 생활을 거치는 게 일반적인 관례가 됐다. 오디션 프로그램 상위권 출신들 역시 데뷔에 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기획사에 발탁이 된 후 연습생 생활을 먼저 한다.
연예인 지망생 100만명 시대다. 지난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50여 팀이다. 한 팀 평균 5명이 멤버라고 해도 데뷔한 인원 수는 250명에 불과하다. 신인 연기자, 솔로 가수를 포함해도 0.1%도 안되는 확률이다.
문제는 이런 연습생들이 데뷔를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연습생 생활을 하다 2AM으로 데뷔를 해 성공가도에 올라선 조권은 ‘연습생 신화’로 꼽히기도 하지만 데뷔를 못할 경우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연습생들의 연령대는 중학생부터 2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아직 학생인 경우 학업과 연습생 생활을 병행한다. 걸그룹 AOA의 멤버로 고등학생인 설현은 데뷔를 앞두고 학교를 마치면 연습실에서 다음날 오전 7~8시까지 연습을 하다 다시 학교에 가는 생활을 한동안 반복하기도 했다. AOA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신인개발팀 담당자는 “학업 성적이 상위 20% 이상인 연습생이 10명 중 3명 정도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는 연예인으로 성공하겠다는 목표에만 매달려 연습을 하느라 공부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 대학에 진학하겠다며 학교로 돌아간 사람들은 늦게나마 연예인이 아닌 또 다른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합격해 중학교 3년을 가수 데뷔를 위한 연습생으로 보내 소녀시대 예비멤버에 들었지만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연습생 생활을 그만두고 카이스트에 입학한 장하진씨의 사례도 있다.
많은 연습생들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데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다른 기획사로 옮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데뷔에 대한 압박감은 심해진다. 20대 중반에 접어들면 실질적으로 데뷔는 어렵기 때문이다. ‘데뷔’를 미끼로 한 유혹에 약해지거나 잘못된 길로 빠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나이가 많아져 데뷔가 어려우면 보컬, 안무 트레이너로 방향을 전환하기도 하고 홈쇼핑채널의 쇼호스트로 진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극소수이지만 생계문제 등을 이유로 연습생 생활을 그만 두고 유흥업소에 나가는 사람들도 봤다”며 “기획사에서 이들의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신경을 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개인의 인생인 만큼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장치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