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그게 현실”이라며 연예가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혀를 찼다. 선량한 연예계 종사자들까지 졸지에 잠정적 용의자가 됐다. 이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실제 대다수 관계자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럴 수 있느냐”고 입을 모았다. 한 사람의 잘못이 전체로 비치는 게 억울하다고 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스폰서, 성 상납, OOO 비디오, OOO 나체사진 등의 소문 혹은 사건 사고 등을 떠올리면 어렵지 않은 추측이다.
그럴 때마다 높으신 분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일명 `고(故) 장자연 법`을 들먹였고 불량한 제작자나 학원형 기획사가 업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하는 `연예기획사 등록제`(현재는 신고제)도 추진됐다. 심지어 걸그룹의 선정적인 의상을 문제 삼기도 했다.
뒷북이라도 좋고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도 좋다. 문제는 그 이후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나경원 전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입법 발의한 대중문화예술산업진흥법(가칭)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18대 국회가 만료되는 내달 29일 자동 폐기되면 또다시 이름만 바꿔 발의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상당수의 민생법안 역시 마찬가지다. 여야는 그간 19대 총선을 치르기 위해 지난 2월 이후 단 한 차례도 국회 본회의를 열지 않았다. 2월27일 임시국회를 열고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박희태 국회의장 사임의 건` 등을 처리했을 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소년 연예인 권익보호를 위한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를 지난해 5월 설립했으나 당시 예산안이 날치기 통과되면서 센터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고 시범 운영되는 선에 그쳤다. 센터 관계자는 이번 기획사 대표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 “현재로서는 관련 법안이 없어 형사법상 처벌 외에 그 누구도 대책 마련이 힘든 상황”이라며 “올해는 그래도 작년보다 예산이 많이 확보돼 홍보 활동이나 각 상담 프로그램들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본다”고 애써 기대했다.
열악한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제 B급 성인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다. 연예제작자협회와 연예매니지먼트협회도 실효성 있는 정부의 법 제도 정비를 바라고 있다. 말 잔치에 그치는 전시행정은 필요 없다. 백 마디의 말보다 실행력 있는 대책이 절실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