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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13일자 34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가비` 출연, 흥행 욕심에…." "`K팝스타` 이하이 팬이에요."
`연기`밖에 모르는 사람? 의외의 발언이 툭, 툭 튀어나왔다. 1990년 극단 목화에서 배우생활을 시작해 22년 동안 한우물만 판 사람. 초반 12년은 연극배우로 살았고, 영화로 무대를 옮긴 지는 정확히 10년이 됐다. 그럼에도 `연예인`이라는 단어가 이상하리만치 낯설다. 박희순(42)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지금도 그냥 `배우`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가비`는 박희순에게 많은 빚을 진 영화다. 주연배우는 주진모 김소연 박희순 유선. 애초 영화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김소연 분)와 그녀에게 목숨을 거는 이중첩자 일리치(주진모 분)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공개된 영화에서 관객이 받은 느낌은 달랐다. 주연배우 서열 세 번째. `고종` 박희순의 드라마였다.
영화는 김탁환 작가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원작으로 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피한 아관파천(1896년) 시기가 배경. 영화에서 고종은 어떻게 보면 배경 같은 인물이다. 게다가 영화 제작이 지연되며 출연을 약속했던 여배우가 중도 이탈하는 일도 있었다. 제작 규모도 애초 100억 원대에서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박희순은 고종이길 원했고 끝까지 신의를 지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맨발의 꿈`이 잘 됐으면 일리치 역을 한다고 했겠죠.(웃음) 첫 주연작이 흥행에서 참패한 이후 충격이 컸어요.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했죠. 그때 받은 시나리오가 `가비`예요. 대작이고 흥행이 될 것 같아 관심이 갔고, 제게 주어진 역할이 기존에 알던 고종과 달라 하겠다고 했어요."
`예민하고 변덕이 심하지만 생각이 깊은 왕`. 영화에서 고종은 무능하거나 비겁하지 않다. 끝까지 나라와 자존심을 지키고자 한 예민한 인물로 그려진다. 박희순은 그를 이해하기 위해 고종에 관한 자료를 부지런히 찾아 읽었다. "나는 가비의 쓴맛이 좋다. 왕이 되고부터는 뭘 먹어도 쓴맛이 난다". 극 중 고종의 이 대사도 박희순의 제안으로 영화에 쓰였다.
"원작을 읽는데 `내가 노서아 가비(러시아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는 말이다. 이 쓴맛이 꼭 내 마음을 닮아서이니라`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 꽂혔어요. 작가에게 그 부분을 살려달라 부탁했고, 조금 다르게 바뀌어 영화에 담겼죠. 담배도 그 시대에 맞게 곰방대를 잡고 피우듯이, 안경도 때에 따라 쓰고 벗으며 디테일을 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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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순은 올봄 `가비` 외에 영화 한 편을 더 선보인다. 제목부터가 `가비`와는 느낌이 180도 다른 영화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이 4월 초 잇따라 개봉한다. 영화에서 그는 간통 현장을 덮치러 갔다가 살인 누명을 쓰는 간통전문형사로 분했다. 변신의 폭이 크다.
박희순은 흥행을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물음에 "고종이 간통하는 모습으로 보일까 걱정"이라고 웃으며 "여기에 4월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배틀쉽`에 `어벤져스`까지 개봉한다. 흥행이 돼야 더 좋은 작품을 고를 수 있는데. 요즘 잠을 편히 못 잔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정우만큼만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하정우는 지난 2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와 `러브픽션`을 20여 일 간격으로 선보여 두 작품 모두를 흥행작에 올려놓는 이변을 연출했다. 박희순과 하정우는 전작 `의뢰인`에서 검사와 변호사로 연기 대결을 펼친 바 있다.
드라마 출연 의사도 넌지시 물었다. 그는 웃으며 "요즘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고 있다"며 "차라리 `당신이 부족한 건 인지도야!` 솔직히 이야기를 하라"고 눙쳤다. 그와의 인터뷰는 이번에도 "낯을 많이 가려서"라는 상투적인 말로 끝이 났다.
"낯가림이 심해서 무대 뒤에 숨어 살았고, 영화를 하며 좀 나아졌지만 불특정 다수 대중과 만나는 일은 아직 두려워요. 제가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요. 당분간은 좀 더 보는 것에 만족하렵니다."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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